비상진료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별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고 환자 중증도에 따른 분류체계와 응급기관 정보체계를 구축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민단체 관계자에 의해 제기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고문은 응급의료기관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한 국회 토론회에서 ‘야간 공휴일 비상진료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며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 의료체계 민간중심이지만 응급의료는 공공책임 높여야
조 고문은 우리나라 의료가 민간의료 중심이지만 응급의료 만큼은 공공의 책임을 높여야 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의료시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이라는 경제적 논리로 응급의료를 운영하기 어렵다면,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의료 만큼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한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 공공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책임에 대해서는 “공공의 재정을 지원함은 물론 공공적 규제도 함께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직전문의 의무화 40일을 맞은 현 응급의료체계에 대해서도 “응급의료 개선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이번 야간 공휴일 비상진료체계가 파행으로 나타나 또다시 실망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규칙 및 입법추진과정에서의 복지부 행태
조 고문은 응급의료법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의료계의 눈치를 본 나머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11년 8월이지만 지난 5월에야 시행규칙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년이 지난 2012년 8월 시행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또 시행규칙 입법예고기간 중에도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각계각층의 비상진료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자율적으로 맡겨달라는 의료계의 입장과 주장만 되풀이 했다는 것이다.
이어 온콜을 허용하고 당직 규정에서 전공의를 뺀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전공의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법예고기간(5.18-6.27)중임에도 의료계 요구대로 온콜을 허용하고 당직 규정에서 전공의를 뺀다고 발표했다는 것.
이에 대해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다”라며 “입법예고기간이 끝난 후에도 수개월에 걸쳐 의견수렴과 수정작업을 하는 것이 통상 절차인데 이를 무시함으로써,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기회조차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비상진료체계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
조 고문은 일반적인 당직 개념이라면 “당직자의 병원 내 상주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온콜제도를 허용한 복지부에 대해 “기존 시행 규칙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따라 필수진료과목을 정해 전문의 등이 당직을 서도록 한 것보다 비상진료체계는 오히려 대폭 후퇴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응급실 전담의사가 병원외부에 있는 당직전문의를 호출할 때 제때 응급 수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합의된 지침이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잊지 않았다.
복지부에 대해 “병원이 비상호출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기만 했을 뿐, 응급센터 현장에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는 세부 지침이나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병원 자율에 맡겨버려 응급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계 내 합의된 지침도 없어 더욱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위급하고 중한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응급실 전담의사가 타과 전문의의 도착시간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고 자의든 타의든 전문의가 호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 과태료나 동료의사에게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호출을 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타과 전문의 호출보다 응급실 전담의사만으로 환자를 처치하거나 타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형병원 응급센터로만 응급환자가 집중되는 역효과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온콜제도 허용 비판
조 고문은 지금까지 불법이었던 온콜을 이번에 시행규칙을 정하면서 합법화시켰다고 복지부를 비판했다.
또 지난 2011년 6월 감사원이 복지부에 통보한 ‘감사원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의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복지부가 감사원의 상주 당직 주문을 무시하고 온콜을 허용했다고 재차 비난했다.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에 의하면 감사원은 복지부에 “의료기관 내 상주하면서 응급실 내원환자를 진료하도록 근무방식과 진료유형을 명확히 하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통보했다.
법적기준 미달인 병원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고문은 “지난 2011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의하면 응급의료기관 지정 필수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기관은 188개소(42%)에 달하는 데 복지부의 묵인 아래 의사인력 등 법적기준을 갖추지도 못했으면서 응급의료기관을 표방했다”는 것이다.
이어 “법적 기준도 갖추지 못한 채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비상진료체계를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탁상행적”이라고 밝혔다.
비상진료체계 개선방안
조 고문은 비상진료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관별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따른 지정, 운영, 평가,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응급진료권별로 과잉, 과소를 해소하고 적정한 자원 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 중증도에 따른 분류체계와 응급의료기관 정보체계를 구축해, 현재와 같이 환자 요구나 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대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능력이 잇는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고문은 비상진료체계 개선을 위해 응급의료기관 당직제도는 “진료실태를 고려하고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온콜이 아니라 필수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상주하는 당직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주당직을 전제로 당직전문의는 전공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수련과정이 필요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의 전공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 “이럴 경우 병원 진료 관행상 전공의에게 전적으로 부과될 수 있으므로 이를 연간 1/3로 제한함으로써 전공의의 과부담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하는데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일 경우에 한하며 온콜 당직이라는 불법을 합법화하고 오히려 비상진료체계를 후퇴시키는 제도를 위해 세금이나 보험재정을 지원하는 것에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