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선배의사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대한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서 이례적으로 의협과 전의총을 비롯한 의료단체들에 대해 “의대생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자유를 보장하라”는 성명을 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의대생신문 88호에 실린 ‘의대생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비롯됐다.
사설은 최근 의대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MAP(medical student awakening project)와 민주통합당 경선DB와 관련해 의협과 전의총 등 선배 의사들로 이루어진 의료단체들이 “의대생들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체로 바라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한다거나 심지어는 일방적으로 정치참여를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의료계의 단합을 방해한다며 학생들에게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협은 MAP의 경우 “젊은 의사 선배들이 후배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며 진행한다는 행사이지만 이름자체에서부터 권위적 냄새가 난다”며 “의대생을 계몽이나 계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통합당 경선 DB에 대해서도 “경선 참여의 당위성을 의대생들에게 설명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하려 하지 않고 전공의나 지역의사회 선배들이 학생들에게 정치참여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개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인증번호까지 동원한 것은 통상적인 독려의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의대생들 역시 민주 시민으로서 갖는 당연한 정치참여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대협은 “의협과 전의총의 최근 행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의료계 단체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매도하는 것은 의사들을 무조건적으로 부도덕한 존재로 매도하고 무리하게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나아가서 “의과대학 학생 개개인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자유가 보장되야 한다”며 “자유롭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집단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만 7000명의 의대생을 대표하는 의대협과 의대생신문은 앞으로 의대생의 주체성과 순수성, 그리고 다양성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의협과 전의총을 포함한 모든 의료단체들에 대해 의대생들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꿀 것을 천명했다.
또 “단합이라는 명목 아래 상명하복의 구시대적 발상으로 학생들을 세뇌시키려 한다면, 다음 행보는 뚜렷한 ‘거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보여줄 의대협의 행보를 엿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