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마련한 프로포폴 종합대책에 대해 정신관련과에서 사전 조율 없이 내놓은 일방적 대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프로포폴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프로포폴 오남용 대책들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한신경정신과학회(이하 학회)나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의사회)와의 사전협의 없이 이루어져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대책은 프로포폴을 포함한 향정신성의약품의 DUR(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 시행을 추진하고,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 회원에 대해 연수평점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향정신성 의약품 안전취급/관리 교육에 할당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의사회가 반발하는 이유는 프로포폴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쓰이지 않는 약물임에도 의협이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 향정신성의약품 전반에 대한 사항들이기 때문이다.
정신관련학회들은 실제 프로포폴은 성형외과 시술, 내과의 수면내시경 시술 등에 쓰이는 마취제로 일반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를 취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 매 반기마다 보건소에 그 사용내역을 보고해야 하며, 보건소, 식약청 등에 의한 강력한 관리와 함께, 위반 시 행정처분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인데 의협이 마련한 대책에 의하면 향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들은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의무적 교육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는 것.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학술이사는 “연간 의무교육 연수평점 8점 중 2점을 매년 향정에 할애한다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들의 학습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다. 교육은 프로포폴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과에 한해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DUR에 대해서도 정신건강의학과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현재도 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 개인 정보의 유출 문제로 산부인과 등과 함께 DUR 시행에 가장 부정적인 과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장석하 의무이사는 “ 프로포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의협이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해 학회/의사회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향정신성의약품 전체에 대한 DUR 시행을 추진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강하게 의협의 결정을 비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DUR 강제는 대한개원의협의회도 반대의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개원의협은 DUR이 환자감시에 이용될 소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환자가 복용하는 의약품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을 감소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DUR을 향정 감시목적으로 강제하는 이번 대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의협이 관련 대책을 수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학회와 의사회는 “이번에 나온 의협의 모든 대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향정신성의약품 남용 회원의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프로포폴 관련 Q&A,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에 의한 대국민 홍보,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의 전문 병의원 연계 치료·재활 등에는 그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 노만희 회장은 “이런 중차대한 대책을 내세우면서 해당 학회, 의사회와 전혀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것은 대책이 졸속으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의협은 관련 대책을 수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