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행정예고 마감된 고혈압약제 급여기준 신설과 관련해 “의사의 전문성과 임상경험에 바탕을 두고 진단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외국의 치료가이드라인을 무작정 급여기준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고혈압 급여기준과 관련, 동반질환 및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는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어야 하며, 140-159/90-99mmHg인 경우는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 후에야 급여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행정예고 했다.
단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140-159/90-99mmHg인 경우는 생활습관 개선을 실시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약물 치료를 할 수 있으며, 혈압이 160/100mmHg 이하인 경우 무조건 먼저 약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의협은 최근 건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고혈압은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고, 적극적인 치료로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결국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혈압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 의무화로 고혈압 조절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면 합병증에 대한 고혈압의 축적효과 및 국내 심혈관계 합병증 상승 추세 등을 미뤄볼 때 향후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 뇌졸중과 심·뇌혈관질환의 관리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가 이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가족력 등 환자 특성에 따라 고혈압약 투약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획일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고, 생활습관 개선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급여 적용을 받고 싶으면 무조건 이에 따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오히려 현저히 낮은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한편 2010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국내 고혈압 환자들의 인지율은 67.9%로서 전체 약 1/3 정도 환자들이 아직도 본인이 고혈압이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적절한 혈압조절이 이뤄지는 환자는 43.6%에 불과해 상당수의 고혈압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고혈압약제 뿐 아니라 골다공증, 한방첩약 급여화 등 일련의 보건복지부 정책을 보면 치료효과나 임상현실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빅브라더처럼 모든 것을 조종하고 규격화하려는데 만약 의사들이 의학적 근거도 없이 정부 매뉴얼에 따라 진료하고 처방한다면 아바타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 참에 정부는 이번 고혈압약제 급여기준 의무화에 앞서 왜 선진외국에서 치료가이드라인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그 이유를 알아보지 않고서는 정부가 우리나라를 아무리 의료선진국이라고 포장해도 우리나라는 결코 의료선진국 대열에 포함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