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괄 약가인하 단행과 충격파
올해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일괄 약가인하였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100만 서명운동,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4월 1일부터 약가인하는 예정대로 시행됐다.
특히 100여곳의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던 약가인하 소송이 제약협회 내부의 잡음으로 용두사미에 그치며 실질적인 저항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한 채 대규모 손실은 현실화됐다.
이번 약가인하로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익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 직면했고, 2분기부터 적자전환하는 회사가 속출했다.
실제 약가인하의 파괴력은 상당했는데 특히 타격이 심각했던 상반기 실적을 보면 상장제약사 50곳의 매출은 2% 증가한데 그친데 반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3.2%, 6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OTC, 수출 등으로 외형은 겨우 맞췄지만 제네릭 위주의 국내제약사들의 특성상 ETC실적이 크게 하락하며 실질적인 이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에 따라 회사별로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작되면서 인력과 품목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고, 내년에도 제약업계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끊이지 않은 리베이트 관련 이슈
일괄 약가인하로 척박해진 환경속에서도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정부의 압박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특히 올해는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관련 소송 결과와 업계 1위 동아제약의 검찰 압수수색 크게 두 가지를 최대 이슈로 볼 수 있다.
먼저 동아, 한미, 종근당, 일동, 영풍, 구주, 휴텍스 등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리베이트 연동제 관련 소송에서는 종근당을 제외한 모든 회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승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번 결과는 제약업계 최대 약점인 리베이트를 두고 정부와 벌인 법정싸움에서 승소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재판부는 한 지역의 리베이트만으로 해당 품목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공익적인 차원을 고려하더라도 그 수준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서 업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와 함께 10월에는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동아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검찰측은 동아제약이 거래 에이전시를 통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에게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따라 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동아의 압수수색은 업계 1위 회사이면서 제약협회 이사장사라는 점에서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이밖에도 병·의원 의사 400여명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건낸 제약사 대표가 구속되는 등 올해도 리베이트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3. 제약산업의 구조적 개편 돌입
올해는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는 사실상 과도기에 접어든 해로 규정할 수도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M&A 본격화 등의 이슈는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로 보여진다.
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R&D 우대, 세제지원, 부담금 면제, 입지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을 인증했다.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면서 제약회사를 50여곳까지 줄여 체질개선을 하겠다던 목적에 따라 진행된 절차다.
여기에 최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기준에 대한 발표를 앞두고 리베이트 관련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취소기준에 따라 일부 회사가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A는 제약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뉴스다. 특히 주목받은 업체는 근화제약과 한독약품이다.
미국 제네릭기업인 알보젠이 장홍선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을 50.5% 인수하면서 근화제약을 흡수했다. 향후 알보젠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진출에 근화제약을 핵심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독약품의 경우 글로벌 제네릭기업인 테바사와 합작사 설립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업계는 이들외에도 일본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사와 국내사간, 국내 상위사와 바이오벤처사간 M&A가 내년에도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 24시간 편의점으로 나간 가정상비약
약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가정상비약 11개 품목이 11월 15일부터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판매품목은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정 500mg(8정), 어린이용타이레놀정 80mg(10정),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 어린이부루펜시럽(80㎖) ▲감기약: 판콜에이내복액(30㎖×3병), 판피린티정(3정) ▲소화제: 베아제정(3정), 닥터베아제정(3정), 훼스탈플러스정(6정) ▲파스: 제일쿨파프(4매), 신신파스아렉스(4매) 등 11품목이다.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두고 약사회는 그간 약물오남용 등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해 왔지만 결국 여론에 밀린 셈이 됐다.
반면 제약업계는 이번 상비약 편의점 판매에 대해 반응은 자제하며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준비절차를 밟아왔다.
제약업계가 상비약에 대해 반응을 자제한 이유는 약사회와의 민감한 관계도 있지만 선정된 품목들이 회사 내에서도 미미한 규모였던데다 소포장, 유통 등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5. 이명박 대통령 제약협회 방문과 신약개발 지원
제약산업 관련 단일과제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책회의가 제약협회 설립 이래 67년만에 처음 열렸다.
8월 23일 제약협회에서 열린 ‘국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측 관계자들과 함께 혁신제약기업, 유관기관, 학계 등에서 제시하는 제약산업 발전전략에 대해 청취했다.
기업 경영자들과 학계, 단체 관계자들은 제약산업의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신약개발 전략, M&A 활성화, 해외시장 진출 등 각 분야별 방안에 대해 지원책을 제시했다.
정부와 업계는 신약개발과 수출중심의 신성장 동력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확보와 과감한 경영혁신, 그리고 이를 통한 산업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이 회장은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길은 공급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난 해외진출인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신약개발이 동반돼야 성공한다”며 “글로벌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정책당국이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약관련 이슈를 갖고 논의했다는 것은 우리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선물이 있고 없고를 떠나 대통령을 모시고 신약개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은 개발의지를 가진 기업들에게 큰 모티브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