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국내 신약개발의 글로벌화 업데이트
일괄 약가인하 등 척박해진 환경에서도 제약업계에서는 당뇨신약, 천연물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주목받는 제품들을 시장에 내놨다.
LG생명과학이 출시한 19번째 신약인 ‘제미글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당뇨신약으로 최근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DPP-4억제제 계열이다.
여기에 출시 전 인슐린 시장 부동의 1위 제품인 ‘란투스’를 개발한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와의 공동 프로모션을 체결하면서 당뇨 분야에서 빠른 시장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또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 7월 식약청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은 동등생물의약품이다.
램시마는 병 당 37만892원의 저렴한 약가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체중60kg)의 치료비로 환산하면 경쟁 항체의약품에 비해 35~40%에 해당하는 저렴한 가격이다.
이와 함께 천연물신약 분야에서는 바이로메드가 개발해 한국피엠지제약에 기술 이전한 관절염치료제 ‘레일라’도 천연물 7호 신약으로 포함됐다.
레일라정은 약가협상 과정 가운데 한의계의 강력한 반발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출시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7. ‘비아그라’ 제네릭 무더기 발매
올해 가장 많이 거론된 의약품이라면 단연 ‘비아그라’를 빼놓을 수 없다.
비아그라의 물질만료일인 5월 17일을 기점으로 국내제약사들이 제네릭을 대거 시장에 출시하면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대비 20% 수준(정제 기준)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며 필름형, 세립형, 츄정 등 다양한 제형을 선보여 빠른 시장공략에 나섰다.
특히 주목받은 품목은 한미약품의 ‘팔팔정’으로 출시 후 실데나필제제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며 오리지널인 비아그라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출시 직후 2개월분만 합산된 2분기 실적(IMS기준)에서는 팔팔정이 177억원으로 집계되며 비아그라 대비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던 마케팅이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뒤를 이어 대웅제약 ‘누리그라’ CJ ‘헤라그라’ 근화제약 ‘프리야’ 등이 제네릭 품목 가운데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밖에도 시장에서 가장 먼저 고용량 100mg의 필름형제품인 ‘불티스’를 출시했던 서울제약이 화이자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8. 다국적 제약사 잇따른 인력감축 시행
다국적제약사는 약가인하 시기와 맞물려 ERP를 통한 임원감축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올해에만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애보트, 얀센, GSK, 화이자 등 6개 제약사들이 ERP를 진행했으며, GSK의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12월에도 인력감축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가인하를 전후한 복지부와의 간담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국적사 노조는 고용불안 관련 언급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점을 미뤄보면, 사실상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다국적사 노조들이 모여 출범시킨 산별노조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향후 ERP를 통한 임원감축에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이다.
민주제약노조에 노바티스, BMS, 아스트라제네카, 쥴릭파마, 와이어스, 다케다, 얀센, 사노피 파스퇴르 등 지난해와 올해 인력감축이 시행된 회사노조가 집결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영업사원 불법파견을 문제 삼은 BMS노조의 파업이 불거지면서 이슈화된 CSO 문제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9. 제약협회 이사장 파동과 김원배 이사장 취임
제약협회 내부에서는 이사장 자리를 두고 유례없는 내분을 겪은 한해였다.
중소제약사 대표들의 지지를 받아 출마를 선언한 일성신약 윤석근 사장과 전임 이사장인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을 추대하는 집행부와의 갈등이 격화됐던 것.
결국 이사장 선출과정에서 전임 집행부가 투표 거부를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면서 윤석근 사장이 이사장직을 맡았지만 2개월만에 자진사퇴하는 결말을 맺었다.
특히 윤석근 전 이사장의 자진사퇴 배경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일괄 약가인하 소송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임 집행부인 상위제약사들이 소송에 대거 불참하면서 단 4곳만 소송에 참여한데다 윤 전 이사장이 소송결과가 나오기 직전 돌연 취하를 결정하면서 업계의 반발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석근 이사장의 사퇴 후 제10대 제약협회 이사장으로는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이 8월 22일 선출됐다.
김원배 이사장은 일동제약 이금기 회장에 이어 CEO로서는 두 번째로 제약협회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김 이사장은 선출 직후 정부와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향후 제약업계 의견수렴과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0. 제약협회-도매협회, ‘1원낙찰과 전쟁 선포’
제약협회와 도매협회는 7월 ‘약업계 공멸을 저지하는 1원 낙찰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향후 대응책을 제시했다.
양 협회는 비상식적 의약품 공급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된 회원사에 대해 자정기능 차원에서 이미 결정한 대 회원사 제재 방침을 원칙에 입각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비상식적 의약품 공급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거래처 차별, 부당고객유인행위, 구입가미만 판매 등 공정거래법과 약사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밝히기 위해 관계 당국에 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동시에 해당 품목이 제조과정에서 품질관리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식약청에 약사감시(수거 검정)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양 협회는 비회원사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 대표이사(외자기업의 경우 본사 대표이사)에게 사실을 통보하고 주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약협회는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공개경쟁 입찰에서 1원 등 초저가 낙찰·공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격심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11월 청와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