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을 31일 대표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28일 열린 ‘건정심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건정심 구조개편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의원 16인의 서명을 받은 상태”라며 이달 내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내용은 건정심 위원구성을 현행 25인에서 13인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건정심 위원구성은 현재의 위원장1인과 8:8:8(공급자, 가입자, 공익)형태에서 5:5:3 형태를 띠게 된다. 공급자와 가입자가 각 8인에서 5인으로 축소되고 특히 공익대표는 3인으로 그 비율마저 축소·구성된다.
현재 건정심 위원 중 공익대표 8인은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정부기관에서 각 1인씩 추천해 8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개정안대로 된다면 정부 측 위원 수가 3인으로 대폭 축소된다. 공익대표는 공급자와 가입자가 각 1인씩 추천하는 2명의 위원과 위원장 1명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위원장 역시 지금까지는 복지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맡아왔지만 공급자와 가입자가 협의해 전문가를 추천하게 된다.
박 의원은 “꼭 건정심 위원이 많다고 운영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소수의 위원들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건정심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위원구성에 있어 공급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심장과 교수 출신의 박 의원은 의료계에 건정심 구조를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제스쳐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이번 입법발의는 의료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구체적인 움직임의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입법발의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법안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야당이 섣불리 동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당 입장에서도 국민여론을 의식한다면 무조건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박 의원 본인도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그런지 입법발의를 위해 16인의 의원들의 서명을 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밝혀 여당 내에서도 의견의 일치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다만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토론회에서 지난 대선에 대해 언급하며 “박근혜, 문재인 양 후보 모두 건정심 구조에 대해 문제가 있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동의했다”고 밝혔고 실제로 문재인 후보 역시 전문가들의 입장을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공급자 의견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건정심 위원구성을 바꾸겠다는 구체적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정부의 회의적인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모두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며 “논란이 되는 것은 결국 (위원의 구성이 아니라) 수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뚜렷한 기준 없이 누구나 만족하는 수가는 없다”며 “최상부 합의기구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헌법적 측면에서의 국가의 의미와 역할까지 거론하며 “정부는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고 법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수가에 대한 공급자와 가입자의 반대 입장을 정부가 중재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실 가입자가 공급자에 비해 결속력이 약하고 보험재정안정화를 이뤄야 하는 의무도 정부에 있기 때문에 가입자 대표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건정심 구조개선을 모색하는 지난 28일 토론회에서는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 측 입장을 대변하는 연자들이 지정패널토의를 진행했지만 구조개선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보다는 양측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