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제도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안겨진 후에 그 책임소재를 밝히는데 주력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으로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SNS를 통해 국내 의료제도가 정상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가 아무리 국민을 위해 나쁜 의료제도에 반대를 해도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의료계의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되는 상황에 결국은 국민이 피해를 볼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낫지 않겠다는 자조석인 한탄인 것이다.
노 회장은 의약분업의 각종 부작용이 우려돼 의료계가 극렬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실시됐고 결국은 의료계가 우려하던 부작용들은 모두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포괄수가제 역시 부작용이 우려돼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국 강제 시행이 된 후 우려하던 부작용들이 모두 현실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을 염려해 재앙을 미리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되고 무시돼 결국 본질은 잊히고 의사들의 나쁜 이미지만 남는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국민에게 나쁜 제도들을 전문가 입장에서 미리 예방하려는 의사들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전략적으로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나쁜 제도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안겨진 후에 그 책임소재를 밝히는데 주력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전략적으로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까지 나오는 나라의 의료제도가 정상일 리가 없다며 강하게 의료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노환규 회장의 글에 댓글도 현재 의료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했다.
진영 복지부장관내정자가 DRG 확대할 것이라든가, 참조가격제로 간다든가 하는 우려에서부터 ‘사후약방문도 괜챦을 듯 합니다. 특히 상식이 두루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는’이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보였다.
또 ‘의사에겐 이미 권력(?)이 있습니다. 처방권과 의료기관 개설권이 있지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가지고 있어서 그 중요성과 그 파급력을 우리 스스로 모른채 남의 떡만 보고 있는 사이 그걸 뺐겠다고 몰려드는 공단과 타 직역에게 몰리고 있는게지요.’라거나 ‘책임소재를 밝히라고 하면 의사가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의사 책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의료에 대해 어찌 아냐구 그런 문제점이 있다고 더 열심히 알리지 않은 의사 책임이라고 합니다.’라며 불만석인 목소리도 있다.
의약분업에 대한 댓글도 눈길을 끌었는데 ‘의약분업으로 진료는 의사가 하는 거란걸 안지 얼마안되는 국민입니다. 지금도 약국가서 온갖 증상 상담하고 약 한뭉테기 사오는 사람들도 있고 어지럽다고 약국에서 빈혈약 삼개월치 사는 나라입니다. 다만 예전보단 약국·한의원에서 진료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확실합니다. 아마 지금 다시 선택분업이나 의약분업이전으로가면 약국은 모두 고사당하고 말겁니다.’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다른 댓글 역시 ‘점점 약국은 약만 포장해주는 곳으로, 한의원은 한물간 곳으로 서서히 고착되고 있습니다. 한의원은 몰라도 약국은 의약분업을 하면서 자충수를 둔 것이죠. 그러니까 지금 상담약국이네, 6년제해서 의사비스무리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죠. 편의점에서 일반약을 팔면서 도리어 국민들이 약국이 더 낫다는걸 알고 편의점에서 약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지금 조금씩 보이는 것 처럼, 결국 의약분업은 의사의 진료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알게 된 계기입니다. 정부, 약사 모두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함께 자충수를 두고 있습니다. 우린 우리 갈길을 가열차게 가면 됩니다. 올바른 길이 국민을 위한 길임을 모든 국민이 아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희망을 기대하는 글도 있었다.
반면 ‘의약분업은 그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단(당시 전공의협의회를 위시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명분은 '완전' 의약분업이었습니다. 의약분업 반대가 아니었습죠.) 정책을 관철시키는 과정의 무지막지한 여론선동과 프레이밍, 공급자집단을 부도덕하게 치장하고 약물남용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포퓰리즘적 방식, 애초에 처방권과 동등한 딜의 대상도 아닌(헌법으로 의료행위의 일부로 인정된 바 있는) 조제권은 완전히 없어지는 반면 약국의 임의조제(복합판매) 행위는 법적으로 사실상 용인된다는 상대적 박탈감 등등 매우 복합적인 문제였지요. 사실 의약분업 자체를 의사들이 반대했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많습니다. 의약분업의 정책과정이 우리에겐 평생 남을 (잊고 싶지만 때때로 곱씹지 않을 수 없는) 트라우마의 다른 이름인 것이죠..’ 라며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