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서 더 우수하다는 국내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비만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당뇨병 치료제가 인종이나 체형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조영민(내과), 한서경(의학연구협력센터) 교수 연구팀은 국제논문에 발표된 55개의 임상연구에 참여한 1만8328명의 당뇨병 환자를 재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중 54개의 임상연구를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13개)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41개)로 나눈 후 각각 DPP4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분석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DPP4 억제제란 식사 후 위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인슐린 분비를 돕는 역할)을 분해하는 DPP4 효소를 억제하는 함으로써 인슐린 분비를 돕는 약이다.
그 결과 서양인(비교군: 7639명, 대조군: 6145명)에서는 DPP4 억제제를 투여 받은 비교군이 투여 받지 않는 대조군에 비해 최근 3개월 간의 평균 혈당 조절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가 평균 0.65% 떨어진 반면, 동양인(비교군: 2050명, 대조군: 1357명)에서는 평균 0.92% 떨어져 동양인에서 당화혈색소를 0.27% 더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치인 당화혈색소 수치를 7% 미만으로 조절하는 비율도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는데 동양인에서는 DPP4 억제제를 투여 받은 비교군이 투여 받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 수치 조절에 성공한 비율이 3.4배 높은 반면 서양인에서는 1.9배에 그쳤다.
연구팀은 동양인이 치료 효과가 더 우수한 것은 낮은 비만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인종과 관계없이 당뇨병 환자의 비만도(BMI)가 낮을수록 DPP4 억제제 치료 후 당화혈색소 수치가 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비만도가 더 낮게 나타났다.
조영민 교수는 “한국 의사들이 DPP4 억제제를 사용하면서 서양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구 결과보다 이 약제의 효과가 더 강력함을 피부로 느껴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생각이 옮았음이 증명됐다”며 “이번 결과들이 한국인에 특화된 당뇨병 맞춤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대한당뇨병 학회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 2명은 고위험군으로 성인 10명 중 3명이 당뇨병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는 위장관에서 나오는 인크레틴의 효과를 증강시킴으로써 인슐린(혈당을 낮춤) 분비는 증가시키고 글루카곤(혈당을 올림)분비는 감소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특히 이 약제는 저혈당의 위험이 낮고 치료에 따른 체중 증가가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당뇨병학술지(Diabetologia)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