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겸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2일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윤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사퇴의 변’을 통해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있는 채로 현재까지도 지속돼 오는 현실”이라며 “이는 정권이 바뀐다고 대대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최근 있었던 건정심에서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전향적 자세를 보여줬던 것을 염두에 둔 듯 “최근 행정직 관료들의 봉사정신이나 정도경영 등이 복지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감지된다”며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는 “의료계 전체 모두 힘들지만 특히 일차의료기관의 경영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차 의료 기관과 2, 3차 의료 기관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이라고 고발했다.
특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전문의를 취득해도 대학에 남기는 매우 어렵고 개업자리도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봉직의로 취직해도 몇 년 안에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실은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해주는 자화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1차 의료 기관이 살아남아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야 2, 3차 의료 기관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의원급 의료 기관의 전문의 비율은 80%를 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의원들이 gate keeper로써의 역할만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사회에도 생각의 전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모든 의료 공급자 단체가 힘을 합쳐 국민을 설득해 전체 파이를 키워야 실현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의협의 건정심 복귀이유에 대해 “그동안 투쟁을 통한 복지부와 의협의 산하주종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앞으로 장·차관들이 떠나게되도 남아있는 복지부 관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수가협상시기가 5월로 앞당겨짐에 따라 정권초기에 협상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의료계의 단기과제에 대해 ▲ 토요일 야간시간대변경 ▲ 65세노인 정액구간 상향조정 ▲ 초, 재진 산정기준의 변경(90일에서 30일) ▲그 외에 기본진료료 폐지 및 상향조정, 종별가산율 폐지 및 상향조정 등이라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노인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앞으로 약 1년간은 누적흑자 8조원이 예상되는 등 어느 정도 재정이 뒷받침될 것이므로 이 짧은 기간동안 잘못된 의료수가를 바로잡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사퇴가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토요가산제가 건정심에서 무산된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건정심에서 평소 토요가산제에 대해 반대하던 가입자들도 거의 동의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6월까지로 순연된 것이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 없다는 것.
그는 토요가산제에 대해서는 오는 6월 건정심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며 오히려 보다 더 진전된 형태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체회원을 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퇴에 아쉬움은 없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어떻게든 의협이 하나로 단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의료계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시기다. 이처럼 의정관계가 좋을 때 순차적으로 의료계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음에도 의협내부에서부터 갈라져 단합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 일부 회원들이 의협집행부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어떻게든 도와줘 잘 익은 과실을 따먹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의원급 토요가산제 적용에 있어 병원계가 많은 방해를 했다고 밝혔다. 병원협회가 형평성을 내세우며 자신들도 적용시켜 줄 것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창겸 부회장은 “병협이 더 이상 방해를 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공급자 단체가 단합해 파이를 갖춰야 한다”며 수가협상에서 의원급보다 훨씬 많이 가져간 병협이 의원급을 배려해 먼저 의원급에 토요가산제를 적용시키고 그 다음 순차적으로 병원급도 포함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로 공급자단체가 서로 반목해서는 안된다며 이제 공급자단체도 정부의 재정상태도 고려해 일단할 수 있는 것부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겸 부회장의 사퇴는 아직 의협에서 공식결정된 것은 아니다. 윤 부회장은 몇일 전 사퇴의사를 밝힐 때부터 노환규 의협회장의 강력한 만류가 있었지만 자신이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회원들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공식입장을 밝히기 전에 사퇴의 뜻을 굳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