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의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화하겠다는 한의사협회장의 발언에 의료계가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한의사들의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화하고, 한약이 천연물신약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또 “일부 몰지각한 양의사들이 하는 근거 없고 감정적 발언들은 나치 유태인 학살이나 일제시대 한국인 학대 행위와 다름없는 증오범죄라고 비유했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먼저 김 회장이 연설내내 의사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양의사라는 표현을 써 의사들을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또 타이어 상태 점검과 가축병원에도 허용하는 X레이, CT, MRI 등 의료기기를 한의사들도 사용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발언에 “자동차 타이어 상태 점검이나 가축병원에서의 사용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극히 당연한 작업이며, 음양오행과 기혈 따위의 비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한방과 비교할 바 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김회장의 인식은 장비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 진단조차도 버거워하는 한의학의 한계를 회장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것.
따라서 한의사들이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하려면 의과대학에 재입학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고, 한의학의 현대화를 주장한다면 한의학의 근본인 음양오행설이나 체질과 관련된 장비나 만들어 사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전의총은 김 회장이 천연물신약을 폐기하고 전문의약품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몰두해야 할 제약회사들이 개발이 손쉬운 한약재에서 추출한 천연물신약으로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그 신약에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것은 그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전의총은 식약처에 따르면, 천연물신약에서 검출된 포름알데히드(1.8~15.3ppm)는 한약원료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약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약재를 수거해 검사해도 이 정도 수준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며, 한약재를 말리는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심지어 한약에서 온갖 중금속과 잔류 농약, 심지어 항경련제까지 검출된다는 보도까지 있다며 한의협 회장의 천연물신약 발언은 한약재 전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산 한약재가 많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중금속과 잔류농약에 오염된 한약재 조제가 아무런 방비없이 행해지고 있다며 한약재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라는 이유로 식약처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무차별적으로 처방, 조제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김 회장이 한의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며 진단장비 사용의 합법화 망상을 접고, 먼저 한의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한약재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한의사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원협회도 최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발의한 한의약법을 누더기 악법이라고 일축하며 의사흉내내기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김정록 의원이 발의한 한의약법 대부분의 내용이 의료법을 그대로 차용했고. 현대의료기기의 사용과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감독권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는 것.
특히 “한의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한의약법 제24조 규정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27조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그대로 베끼다 보니 의사의 정당한 의료행위까지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악법이자 졸속으로 만들어진 누더기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국민의 피해는 대단히 클 것이라며 즉시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의사의 현대진단기기 사용 합법화 법안에 의사협회와 전의총, 의원협회 등 의사단체들만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
전국의 의과대학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법안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의대협은 “의학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치료하고 이 노력의 산물이 현대 의료기기”이지만 “한의학은 지금도 의사의 관찰과 환자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추상적 치료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과대 일부 교육과정 중에 서양의학 과목이 있다는 이유로 본인들도 의료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
의대협은 한의학계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먼저 한의학의 학문적 기저에 부합하는 기기들을 연구 개발해 내면 될 것이라며 무리하게 진료영역 확대를 시도하지 말 것을 한의계에 촉구했다.
또 한의과대학의 학생들에게도 기성 한의사들의 옳지 못한 행동을 당당하게 비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