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코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는 공중부양 마우스를 개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아직 시험 중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마우스를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특이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었다. 장시간 마우스 사용으로 손목에 통증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시간 마우스 사용을 하는 직장인들은 자주 손목에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어깨까지 통증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손목터널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수근관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초기에는 손이 약간 저리거나 뻐근한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각해질 경우 손에 물건을 잡는 것도 힘들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마우스 사용이 잦은 직장인들에게 발생할 확률 높아
우리 손목 앞쪽 피부 조직 밑에는 손목을 이루는 뼈와 인대들에 의해 형성되어 있는 수근관이라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이 곳을 통해 9개의 힘줄과 하나의 신경이 손 쪽으로 지나간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손상돼 생기는 질환이다. 질환명이 생소해 희귀한 질환처럼 보이지만 팔에서 발생하는 신경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으로 평생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은 50% 이상으로 매우 높다. 특히 예전에는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특정 직업군에서 발생하던 질환이었지만 요즘에는 직장에서 장시간 마우스를 사용해 컴퓨터 작업을 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 일반인들도 손목터널 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마우스 사용이 손목에 무리를 주는 이유는 바로 손목의 각도 때문이다. 마우스를 손에 쥐고 있으면 손목보다 손가락이 더 위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때 손목은 자연스럽게 살짝 꺾이게 된다. 이렇게 꺾인 상태로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게 되면 손목을 지나는 신경들에 자극을 줘 무리가 가고 심해지면 손목터널 증후군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얼마 전 한 프로게이머는 과도한 마우스 사용으로 손목터널 증후군이 나타나 경기에 출전을 못 하기도 했다.
◆가사활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30,40대 여성들은 특히 조심해야
손목터널 증후군은 직장인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들도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다. 설거지, 빨래, 청소 등 가사노동은 손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특히 빨래를 쥐어 짜거나 설거지 같은 노동은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매일 여러 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 때문에 손목터널 증후군이 많이 나타나는 연령대는 20대보다는 30~50대가 많으며 특히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직장생활과 가사노동을 병행하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여성들은 결혼 이후 직장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까지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 쉬지 않고 손목을 사용하게 된다. 연령대별 발생 빈도를 봤을 때 남성보다 여성이 5~6배정도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손목 스트레칭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 찾아야
손목터널 증후군은 초기에는 엄지, 검지, 중지, 손바닥 부위에서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과 이상 감각이 나타나고 특히 밤에 더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초반에는 이렇게 손이 저리고 뻐근한 느낌이기 때문에 피곤함으로 인한 잠깐의 통증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게 되는데 계속 방치할 경우 엄지 손가락을 사용하기 힘들고 손에 힘을 줄 수 없어 물건 잡는 게 힘들어 질 수 있다. 또 통증이나 감각의 이상이 좀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 만약 양 손목을 안쪽으로 굽히고 손등을 맞대고 1~2분 정도 유지했을 때 통증이 있거나 감각이 이상하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면 약물치료나 주사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파스, 찜질 등 자가치료만 하고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이미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이기 때문에 수근관을 넓혀주는 외과적인 수술로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수술을 하게 되면2~3일 동안은 손목을 사용하면 안되며 2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일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완벽하게 회복을 하려면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을 바르게 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잦은 직장인들은 너무 장시간 마우스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마우스를 사용할 때는 손목 보호대를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데 손목 보호대 사용으로 손목이 일직선이 되기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덜 가게 된다. 작업 중간에는 손목 스트레칭을 습관화 해 손목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 가사노동을 자주 하는 주부들은 손빨래는 가능한 피하고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걸레를 비틀어 짜는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
서울나우병원 유석주 대표원장은 “옛날과 다르게 현대인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으로 오히려 더 병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 손목터널 증후군과 같은 손목 관련 질환들이다” 라며 “현대인의 생활패턴상 전자기기 사용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사용시간을 줄이고 중간중간 스트레칭과 충분한 휴식으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