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간호계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호인력개편안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혀 간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 간호사 배출인력이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연 2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병원 간호인력 부족문제의 원인이 배출인력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밝혀 정부의 인식과 실제 병원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인식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고득영 의료정책자원과장은 23일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간호인력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어떤 명칭이 되든 앞으로 5년 후에는 2년제 대학의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날 플로어를 가득 메운 700여명의 간호사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장내는 잠시 크게 술렁였고 고득영 과장은 잠시 발언을 멈췄다.
이어 고득영 과장은 “토론회에 나와서 듣기 좋은 말만 할 수는 없다”며 “간호보조인력 교육과정에 하한선을 규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상향규제는 있을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특히 “사실 2년제 교육과정을 당장 내년에 도입하라는 것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입장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과정을 마련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5년간 각종 의견을 수렴해 간호인력 개편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한 문제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직종 간 대립의 관점이 아닌 ‘병원자본의 간호직 고용조건 변화를 통한 이해와 의료서비스의 질 악화와 환자 안전’ 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병원현장에서 일하는 일선 간호사들은 우리나라 연 간호사 배출인력이 적지 않음에도 현재의 극심한 간호인력 부족현상은 배출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높은 이직률 탓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날 고득영 과장은 이 같은 병원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부의 인식을 나타냈다.
고득영 과장은 “복지부는 간호인력의 부족현상이 배출인력의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직률 역시 크게 높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를 보다 못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고 과장의 발언이 끝나자 “복지부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배출인력이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의료현실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간호사 이직률이 높아 간호인력 부족현상이 생기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사출신인 우석균 정책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병원 1년차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30%에 달하며 (비교적 처우가 좋은 편이라는)서울 내 대학병원만 해도 병동간호사 근속연수가 2년에서 3년에 불과하다는 통계결과를 제시했다.
고득영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개편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단지 개편방향을 내놓은 것일 뿐이고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를 경청한 한 간호사는 기자와의 즉석 인터뷰에서 “고득영 과장은 간호사 부족현상이 배출인력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선에서 힘들게 일하는 간호사들을 희롱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