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DUR 강제의무화에 대해 "국민 건강을 위해 자율적으로, 아무런 대가없이 참여하고 있는 의료계의 숭고한 뜻을 무시한 관치행정이자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22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DUR(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 강제 의무화와 관련, 관 주도의 성급한 강제 적용은 부작용을 초래해 보건의료체계에 또 다른 왜곡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DUR의 부실 시행 논란과 관련하여 행정적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DUR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우선 DUR 시스템에서 무조건 처방이 불가하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금기’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으며, ‘주의’라는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임상적 판단, 즉 의약품 사용시 우려되는 부작용에 비해 치료의 편익이 상회한다고 판단할 때는 당연히 처방이 가능한 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처방이 금지된 나쁜 의약품을 처방하여 마치 의사가 국민건강을 해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DUR 강제 의무화를 추진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
의협은 “현재 의료기관 등 99%가 DUR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12월 DUR 전국확대 이후 전자차트 업체들이 줄줄이 유지관리비를 인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어떠한 보상도 없이 오직 국민 건강을 위하여 일부 수기청구기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상기관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실제 전자차트 A업체의 경우 월 관리비를 월 11,000원 인상하였고, 이를 토대로 1년간 DUR 탑재에 따른 참여기관(68,568개소)들의 추가비용을 추계하면 총 비용이 연간 약 90억 원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와 같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DUR 제도는 모든 제도가 그렇듯 장·단점이 존재하며 당연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있다”면서 “이와 관련 현재 유관기관들이 'DUR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속적인 제도보완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DUR 강제의무화 시도는 일선 현장에서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DUR은 전산청구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법제화 이후 일부 수기청구기관의 경우에는 진료혼선 등의 피해가 우려되며 당장 컴퓨터와 네트워크 설치·구매 비용 등이 발생한다. 또한 DUR 강제 적용을 통해 환자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처방을 강요하게 되어, 환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된다면 이에 따른 개인적 사회적 손실과 의료사고 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은 “일부 국회의원이 제기한 DUR 금기약품 처방사유 기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실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촌각을 다투는 의료현장에서 DUR 점검에 따라 일일이 처방해야 하는 예외사유를 기재하는 시간과 노력의 기회비용에 대해 그동안 전혀 보상이 없었다”며, “특히 심평원에서는 시스템상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DUR 예외사유를 성실히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약이 처방된다거나 환자의 건강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예외사유 기재 논란은 심평원의 정보 수집 편의를 위한 관치행정가들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진정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면 일선 진료현장에서 환자진료에 불편함 없이 DUR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DUR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도운영에 따른 편익(약제비 절감, 약제 오남용 방지 등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등 자발적인 DUR 제도의 안착을 도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