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들이 총파업을 결정했습니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사들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더 이상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9일 대한의사협회 노한규 회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10일 결행되는 의사 총파업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노 회장은 서두에 “국민 여러분께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간곡한 호소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로 인한 부작용의 사례를 들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회복실에 방치되었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끝내 식물인간이 되는 젊은 산모들을 아느냐?”고 반문한 노 회장은 “병원이 충분한 간호인력을 고용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보건의료인력이 OECD의 1/3밖에 되지 않는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로에 지친 전공의의 실수로 발생하는 의료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체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잘못된 건강보험제도, 잘못된 의료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더 이상 잘못된 의료제도를 방치할 수 없고, 또 다른 잘못된 의료제도가 추진되는 것을 반드시 막기 위해 총파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원격진료와 관련, “안전하지 않고 위험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법을 만들기 전에 안전성에 대한 검증 절차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성을 검증하기 전에 법을 먼저 만들려고 한다.”며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비난했다.
의료영리화와 관련, “편법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사로 하여금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진료를 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며 부작용을 지적했다. 투자자를 위한 진료는 과잉진료를 낳고,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에 의사의 양심에 어긋나며, 이같은 악법을 막아내는 것은 의사의 사명이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제도와 관련, “정부가 의사들에게 낮은 보험수가만 지급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비급여진료를 통해 환자에게서 받도록 하는 제도, 국민들이 민간보험에도 가입하여 의료비를 이중으로 지출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이것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투쟁의 성격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이번 파업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간절히 원한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을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문일답에서 불참하는 의사에 대한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 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불참의사 스스로 자책감이 더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공의 참여 병원의 명단과 참여율을 묻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많은 압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의 참여 대학을 일일이 밝힐 이유가 없다. 참여율은 77%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도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 대학병원들이 늘고 있다. 24일부터 진행되는 2차 파업은 참여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총리가 나서는 등 정부의 엄정 대처 입장에 대해서는 “적법성은 있을 수 있으나, 정당하지는 않다.”며 정부의 반응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협상의 여지에 대해서는 “협의가 되면 철회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해야 하는 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