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말 못할 질병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70%가 살면서 한 번씩 경험하는 국민 질환이 바로 치질이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 치질환자가 85만 명이 넘었으며 해마다 22만 명 이상이 치질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치질은 이제 국내 전체 수술 건수 2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중년층의 질병으로 알려진 치질의 발병률이 점차 젊은층 및 여성 에게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치질의 원인과 그에 대한 치료법 및 예방책에 대해 알아보자.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새로운 주요 원인으로 꼽혀
과거 치질은 고시생이나 운전기사 등 오랫동안 앉아 있는 특정 직업군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직업과 관련 없이 일반인에게 쉽게 발병할 수 있는 ‘생활습관병’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생활습관이다. 특히 요즘은 화장실 사용 시 동시에 스마트폰을 책처럼 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습관적으로 배변시간이 길어져 치질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치핵, 발병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 결정
치질은 본래 치핵, 치열, 치루 등 항문 질환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명칭이다. 이 중 치핵이 항문질환의 대부분인 50~60%를 차지하며 치열과 치루는 각각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치질이라고 하는 질병은 ‘치핵’을 말한다. 치핵은 항문 내부의 점막에 혈관 덩어리인 치핵총이 느슨해지고 파열되어 치핵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탈출된 상태를 말한다.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질환을 말하며, 치루는 항문이 곪아서 고름이 터지는 질환을 말한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배변 시 피가 묻어나는 증상이 시작되며, 더 나아가 배변 시 혹 같은 치핵이 느껴지다가 저절로 항문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반복되는 상태가 2기이다. 보통 1, 2기 단계에서는 식이요법, 변 완화제 사용, 좌욕 등 배변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2기보다 치핵이 더 밀려나와 인위적으로 치핵을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인 3기나, 치핵을 손으로 넣어도 다시 나오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4기가 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칼이나 레이저로 치핵 덩어리를 잘라내는 방법으로, 수술적 치료가 재발률이 가장 낮다고 알려져 있다.
배변 시 출혈 등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조기 치료가 중요
치질의 예방법으로는 배변시간을 길게 만드는 생활습관을 지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읽으며 장시간 변을 보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배변 후 따듯한 물로 좌욕을 통해 항문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항문에 출혈이 있거나 항문 주변에 돌기가 만져진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메디힐 민상진 병원장은 “치질은 항문과 관련된 질병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기 껄끄러워 치료를 늦추다가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키우기 쉽다. 따라서 치질 증상이 의심되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