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 (일)
“최초로 달에 간 사람이 누구죠” 올해 나이 스물 일곱살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병찬씨(가명·경산시 하양읍)는 얼마전 한 취업지원센터의 능력검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김씨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뇌병변장애는 신체적 장애일뿐 지적능력과는 상관 없다. 김씨는 말을 조금 더듬거리고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비장애인에 비해 다소 부자연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그의 장애인복지카드에는 ‘정신지체 3급’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기록 때문에 취업지원센터의 면담자가 그의 지적능력을 낮춰보고,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게는 걸맞지 않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잘못된 기록으로 그의 취업은 항상 좌절의 연속이다. 1998년 병원진단 결과 그의 장애유형은 뇌성마비였다. 그러나 당시 읍사무소 직원이 ‘정신박약으로 등록하는 게 더 혜택이 많다’는 권유를 했고, 부모님이 선뜻 동의해 버린 것이다. 판정기관의 ‘잘못된 친절’이 병찬씨의 삶에 큰 짐을 지운 것이다. 장애인등록제도의 부실한 판정시스템이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장애인권익운동의 결과로, 당초 장애인 복지혜택을 확대하자는 긍정적 취지에서 비롯됐다. ◆ 재(再)판정은 하늘의 별 따기한 번 잘못된 장애유형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