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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밥그릇 싸움 넘어서야…

약사회, “국민의 편의가 최우선, 글로벌 대세에는 이유 있어”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여겨졌던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점화됐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약사연맹(FIP) 2017 서울총회에서 ‘국제일반명 처방(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 이슈가 주요 안건으로 거론되며, 의약계의 긴장이 다시금 조성되고 있다.


지난 11일 FIP 서울총회에서는 의약품 ‘대체조제’와 ‘국제일반명(INN) 처방’에 대한 ▲WHO의 정책과 ▲FIP 회원국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그리고 ▲미국, 유럽, 일본에서의 구체적인 현황을 들어보고, 한국에서의 진행 사항과 제도 진입 장벽, 향후 도입 방향에 대해 규제당국 담당자들과 진지하게 토론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로코 WHO 성분명 처방 프로젝트 담당자의 발표에 따르면, WHO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추진 중인 사업이 바로 ‘국제일반명(INN)’ 사용의 확산이다.


국내 약사들이 ‘성분명 처방’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제도는 제조사가 부여한 상품명이 아닌 의약품의 성분과 효과, 안전성 정보들을 전 세계 모든 의약전문가들이 쉽게 유추할 수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명칭으로 통일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사실 ‘성분명 처방’은 제네릭의약품 사용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의 국가에서 제네릭의약품 사용을 권장하는 걸까? 현재까지 가장 대표적으로 제시된 이유는 ‘의료비로 소요되는 국가 재정의 절감’ 때문이다.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제네릭이 약가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한 제네릭을 사용하는 것이 약제비에 소요되는 국가 재정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과거 합성의약품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통용된 논리로, 저분자인 제네릭의약품이 오리지널의약품과 분자구조가 동일해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없기 떄문에 가능했던 주장이었다.


WHO는 최근 생물학적 제제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또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명칭 통일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제네릭에 비해 고분자 구조인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도 제네릭에 비해 까다로울 뿐더러 제조공정 과정도 상이해 오리지널과 명칭을 같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FIP는 지난 주말 카운실 미팅에서 1997년 채택한 선언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카르멘 페나 FIP 회장은 “의약계 전문가들이 인류의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함께 협업한다면, 바이오시밀러의 INN을 협의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보건산업 직능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회에서는 ‘제네릭의약품 활성화’의 당위성에 대한 색다른 관점도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석연구원인 변진옥 박사는 “제네릭 활성화에 대해 논의할 때 항상 고령화에 따른 국가 의료비 재정 압박이란 프레임으로 시작하는데, 실제 더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하는 측면은 ▲환자에 안전한 의약품 접급성을 높이고, ▲제약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며, ▲의사와 약사의 각각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향상시키는 장점들이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변 박사는 “국내 약국의 대체조제 현황은 1% 미만, 병원에서의 성분명 처방은 0.01% 미만에 불과하다”고 전하며, 국내에서의 사례가 이와 같이 극히 낮은 이유로 ▲제조사의 상품명 위주 영업관행, ▲의사들의 상품명 처방관행, ▲생동성시험 논란에 따른 국민의 신뢰 하락 등을 꼽았다.


또한 제네릭 활성화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던 재정 절감 효과가, 2012년부터 오리지널의약품이 특허만료 후 제네릭과 동일한 약가로 공급되며 그 당위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그는 재정적 측면 이외에 다른 측면에서 제네릭 활성화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가 진행되며 약제 처방이 늘고 있고, 복합제 등의 증가로 중복 처방 문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은 각 의료전문가들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약제의 복합제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복처방에 따른 약제 과잉복용 문제가 종종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은 이런 중복되는 성분의 과잉처방을 줄여 환자에 약제 복용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분명 처방은 환자의 편의성 또한 개선할 수 있다는 게 변 박사의 주장이다. 현재는 환자가 약제를 처방 받은 병원 근처 약국에 가야만 차질 없이 약제를 조제 받을 수 있었다면, 성분명 처방이 활성화될 경우 환자가 어느 약국에 가도 약제를 조제 받는 데 문제가 없어 경쟁구조상 약사들의 복약지도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자로서 피보험자인 국민의 이익을 대리하는 조직으로, 의약품 정책이 가장 비용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임무”라며, “의료전문직인 의사와 약사 둘 다 보험 가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동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보건사업 종사자이자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의사와 약사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에 대해 협업하는 자세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본 행사 주최의 한 축인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WHO의 국제일반명 처방 권고 등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성분명 처방은 이미 글로벌 추세”라며 "대한약사회는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제도화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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