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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진입-후평가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 왜 필요한가

산업 활성화 위해 필요하지만 유효성 없는 제품 사용될 수도… “복잡한 제도 정리 측면에서라도 필요”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후기 학술대회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 다뤄

새로운 의료기술은 ‘약’이 될수도, 아무 효과 없이 국가 재정만 축내는 ‘독’이 될수도 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에 엇갈린 의견이 제시되는 이유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회장 서국희, 이하 학회)가 12월 1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8층 대강당에서 후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회는 2006년 6월에 창립돼 보건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객관적 근거에 바탕을 둔 보건의료정책의 수립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학술대회와 연수교육을 개최하고 있다.


서국희 회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학술대회에서 다루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 등은 평가를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학회 입장에서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오늘 학술대회에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세션을 시작하며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박주연 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했다.

현재 신의료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심평원의 의료기술 등재여부 확인 절차를 거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게 된다. 신의료기술평가에는 7가지의 경로가 있으며, 해당 평가를 통과할 경우 다시 심평원의 건강보험 등재심사를 통해 급여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박주연 연구원은 “이중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 제도가 오늘 논의에 직접적으로 해당되며, 개선 방향은 안전성의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에 한해 임상 근거 확보 시까지 일정기간 의료현장 선진입 및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도 개선 방향 수립에는 올해 초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혁신 전략 발표 등 대통령 주재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 일환이 영향을 미쳤다. 선진입 의료기술의 현장 적용 절차가 복잡하고, 평가 절차 간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는 산업계의 의견도 반영됐다.

이에 고시 등 후속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선진입-후평가 제도의 과정관리를 일원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환자 알권리 보장을 의무화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개선한다.

박주연 연구원은 “임상 근거창출 어려움 해소 및 실사용 근거 마련을 위한 플랫폼인 ‘선진입 의료기술 통합관리 정보시스템(가칭)’을 내년 중 구축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 배경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과 다양한 의견이 엇갈렸다.

뷰노 임재준 상무는 “이번 제도 개선은 산업계 측면에서 반길만한 내용이 맞다. 특히 혁신의료기술제도에서 선 연구 의무가 선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한시적 허용이므로, 기업의 연구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국가에서 같이 관리했던 연구 수행의 의무와 책임을 이제는 기업이 온전히 지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의료행위는 의약품과 달리 네거티브 리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규제와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포지티브 리스트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는 근거창출 전문위원회로서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기기·의료행위는 신약 개발과 달리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고, 회사들도 임상시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신약의 경우처럼 IRB가 없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적용하는 환자 수도 제한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3자가 평가하는 제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해당 제도를 통해 기업이 선진입하게 되면 결국 근거 창출에 대한 비용을 국민이 비급여로 내게 된다. 기업이 얻는 이익을 일정 부분 국가가 환수하는 조치가 같이 있어야 한다”며, “효용성에 대한 적절한 검증 없이 국민을 실험체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며,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 신재용 교수는 “바이오기술지주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왜 선진입의료평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먼저 공감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체계이기 때문에 AI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등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신재용 교수는 “결국 어떤 기술을 어떤 방법으로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 또 NECA에서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변수 수집과 표준화 등 체계적이고 고민하고 접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병원의 앞선 구축 사례를 참고해 한 번에 잘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지원정책과 이동우 사무관은 “저도 제도를 배워가는 중인데, 관련 제도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목표는 같고, 그 방법에 있어서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호등처럼 단순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적재적소에 작동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내년에 의견 수렴 및 제도 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치료기기나 인공지능 의료기기 등은 변화의 주기가 더 빠르기 때문에 제도를 통해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안의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동우 사무관은 “제도 개선이 이뤄지긴 할 것이다. 복잡한 제도를 간결하게 만들고,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떤 트랙으로 진입한 품목들이 어느 시기에 완료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미리 트랙별로 제품을 내비게이션할 수 있는 틀을 짜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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