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회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료진료비 심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위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은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위탁과 관련한 법령을 살펴보니, 구조적 미흡함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자동차보험 심사를 보험회사 등이 위탁할 수 있는 업무로 규정해, 심사평가원의 관련업무 수행을 확정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보험회사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심사위탁을 할 수 있게 돼 있는 구조이며, 심사위탁에 따라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같은 세부내용이 법령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사평가원은 2013년부터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업무를 위탁받아, 자동차보험 진료비용이 적정한지 심사하는 업무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
심사평가원이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심사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건수는 2020년 1961만건에서 2024년 2019만건으로 증가했고, 진료비는 같은 기간 2조 3370억원에서 2조 7276억원으로 증가했다. 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인력도 2020년 149명에서 2024년 161명으로 늘어났다.
남인순 의원은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수수료가 2020년 169.4억원에서 2024년 204.2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심사위탁에 따라 보험사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같은 세부내용이 법령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현재 심사평가원은 보험사로부터 심사위탁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수수료 부담은 심평원과 보험회사들이 체결한 위탁계약서에 근거하고 있고, 수수료 액수는 매년 자동차보험 회사들과 협상에 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위·수탁자는 ‘자동차보험심사 대표자협의체’를 통해 심사수수료를 합의해왔는데, 차기년도 예산안의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수수료 확정시기를 보니, 매년 12월에 확정되거나, 아니면 다음해에 확정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평가원이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동차보험료 심사수수료 확정시기’에 따르면, 2020년과 2022년, 2024년은 12월에 확정됐으나 2021년과 2023년은 전년도 말일까지 심사수수료가 합의되지 않아, 2021년은 7월, 2023년은 4월 등 당해연도 중간에 확정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남인순 의원은 “자동차보험의 운영 주체가 민간기업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들에게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 ‘공적 사보험’으로, 이러한 심사위탁 구조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면서, “건강보험의 경우 심사평가원의 역할과 권한, 그리고 심사평가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징수한다는 내용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돼 있는데 비해, 자동차보험의 경우 각 보험사가 심사위탁을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고, 또 각 보험사가 위탁에 따른 비용의 결정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보험회사가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심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공공기관인 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관련 차년도 추진 사업에 대해 민간기업인 보험사가 사전 심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입맛에 맞는 사업추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은 “심사평가원의 심사는 의약학적 타당성을 기초로 독립적·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의료기관,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개입하지 않도록 객관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심사평가원이 진료비 심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심사하려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해,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기구로서 심사평가원의 지위와 역할, 권한을 명확히 하고, 심사수수료 보험자 부담 등 세부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심사 및 평가기준 개발 등 다양한 업무수행에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위원회 설치, 구성, 운영방법 등이 ‘국민건강보험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전일제 상근심사위원이 대규모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심사위원회’가 국토부 고시에 근거해 설치돼 있고, 전일제 상근심사위원이 3명으로 구성되는 등 근거 법제와 운영 규모에 차이가 있다.
남인순 의원은 또 “현행법상 심평원의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 위탁업무로 명시된 내용은 ‘심사·조정 업무 등’인데,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관련 법령에서 심사·평가 업무와 더불어 관련 기준의 개발, 조사연구 등 다양한 업무를 심평원의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진료비 심사는 의료기관의 적정진료 유도와 적정진료비 관리를 위해 진료수가기준 고시 등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의 청구행태 변화에 대응해 심사기준 정비, 진료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업무의 종합적 수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하고 “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진료비 심사뿐만 아니라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심사기준 마련에 심평원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