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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응급피임약 공청 각계 ‘열띤 공방’ 예상

의료계-사회·종교단체 반발 ↔약사회 긍정입장 충돌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놓고 오늘(15일) 각계 대표자들의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식약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하는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가 그 첫번째 자리로 마련된다.

◇의사단체, 연이어 성명서 발표 ‘강한반대’

의료계는 이번 응급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오남용, 부작용, 낙태 증가, 성병 증가 등을 이유로 강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오늘 공청회에서도 일반약으로 피임약이 분류된 해외의 부작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각 의사단체들은 식약청의 발표를 전·후해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이번 재분류를 비난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선 것은 산부인과의사회다. 산의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부작용, 성병 등이 심각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구체적으로 반대이유를 들었다. 산의회와 여자의사회는 각각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중국 등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제시한다. 산의회는 “응급피임약 복용 확산과 함께 성병만 증가하고 임신이나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의회는 “응급피임약을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약화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병원 접근성이 좋은 만큼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해 재분류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의회 임원들은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며 지난 12일부터 복지부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산의회 쪽에서는 이날 토론 패널로 최안나 청소년건강위원회·정책위원회 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진오비) 역시 7일 성명을 통해 “정상적인 사전 피임과 계획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율이 가장 높은 피임법인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으로 접근성이 높아져 사전 피임 실천율은 더욱 감소해 여성들의 낙태 위험성은 크게 높아진다는 것.

진오비는 “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이며 특히 낙태 문제에 있어 피임 실패는 곧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로 이어지기에 피임과 관련된 정책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낮은 피임 실천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피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오비는 정부에게 ▲응급피임약 전문의약품 유지, 처방없는 불법 판매 엄단 ▲피임관련 진료 보험 급여화 ▲사전피임과 계획 임신율 높일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강화, 정책적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국여자의사회는 각 나라별 일반 피임약 복용률 자료를 제시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약 전환했던 나라들에서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낙태율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거나 성병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여성 건강을 위협하며 낙태 예방에 있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약사회, 사전피임약도 일반약으로!

약계 분위기는 의료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오히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가 결정된 사전피임약의 일반약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는 사전 경구피임제의 경우 지난 50여년간 전세계에서 사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으며, 현재 시판되고 있는 ‘ethinyl estradiol’ 함유된 사전 경구피임제는 1일 용량이 20-30㎍으로 줄인 low-dose 제제이므로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재분류를 놓고 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서로 정책 개입론을 주장하며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어 약사회가 오늘 토론에서 이를 언급할지도 관심거리다.

실제 의협은 12일 공식입장을 통해 국민의 여론에 맞서면서 일반약의 슈퍼 판매를 강력히 반대하던 대한약사회원들이 이를 수용한 약사회장을 강력히 비난하던 중 갑자기 뚜렷한 이유 없이 비난을 중단하고 동반책임론을 주장함으로써 정부와 약사간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모종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었다는 주장을 펴 의약계의 관심을 끌었다.

오늘 약사회 측에서는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여대생-종교계 등 각계 단체 치열한 논란

이번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만큼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반응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여대생들의 반응은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연세대학교 제24대 총여학생회와 한양대학교 제20대 총여학생회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성관계의 책임이 여성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지금도 일부 남성들의 요구 때문에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손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남성들은 더욱 더 콘돔 사용을 꺼릴 것이고, 여성에게 응급피임약의 복용을 요구하게 돼 성관계의 책임이 ‘쉽고 간편하게’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종교계 역시 응급피임약은 수정란의 파괴와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는 실질적인 낙태약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는 “응급피임약은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라 반생명적인 낙태약”이라며 “응급피임약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고, 윤리적·사회적·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서 다루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등 13개 여성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응급피임약은 용량면에서 사전에 비해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유사구조를 가진 호르몬제제인 프로게스틴류 (레보노르게스트렐)의 함량이 최소 10~15배 이상 높아 그만큼 여성의 생리대사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여성단체 대표자들이 토론패널에 참여함에 따라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강하게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패널에는 강인숙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승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청소년건강위원회·정책위원회 위원, 최정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홍석영 한국생명윤리학회 윤리위원장(이상 가나다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식약청이 이번 응급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이번 공청회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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