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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상후 스트레스에 사회적 관심 높여야”

<인터뷰> 명지병원 외상심리치유센터 배활립 센터장


세월호 침몰과 전주 요양병원 화재 참사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아 2014년 대한민국의 상황은 매우 침울하다. 큰 사고를 겪은 희생자나 가족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이은 대형사고 발생으로 사고희생자나 그 가족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명지병원이 국내 최초로 대규모 ‘외상심리치유센터’를 개소하고 전문적인 심리치료에 나서 주목된다.

명지병원 외상심리치유센터를 이끌고 있는 배활립 센터장(사진,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공의와 임상강사로 근무했던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논문을 제출해 동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으며 최근 명지병원 교수로 부임했다.

세월호 참사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명지병원이 발 빠르게 국내최초로 외상심리치유센터를 개소한 이유에 대해 배활립 센터장은 “지난 5월에 명지병원이 권역의료센터 운영에 들어간 이후 곧이어 ‘외상스트레스장애 클리닉’을 개소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원래 계획보다 한두달 정도 빨리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 오랫동안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명적 사고로 인해 극단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불안장애로 주로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적인 부상 등을 목격하거나 직접 겪고 난 후에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보면 먼저 재경험 증상을 들 수 있는데 꿈에 사고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하거나 오랫동안 그 생각에 잠겨있는 것이다. 또한 사소한 자극에도 깜짝 놀라고 안전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과각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매사에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사고와 관련한 모든 것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이다가 심지어 나중에는 외출을 못하기도 한다.

배활립 센터장은 “심각한 사고를 겪으면 대부분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한다. 이러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사실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어 한 달 정도 지나면 다 좋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한 달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라고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전문적인 정신치료를 받느냐 안받느냐에 따라서 예후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실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돼,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 평생 동안 고통 받을 수도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지병원 와상심리치유센터, 국내최초 개설 최대규모 갖춰
배활립 센터장은 국내최초로 개소한 명지병원 외상심리치유센터에 대해 “기존의 대학병원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차별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지병원 외상심리치유센터는 347㎡(약 105평) 규모의 시설에 진료실과 다학제진료실, 검사실, EMDR치료실, 집단치료실, 가상현실 치료실, 바이오피드백 치료실, 임상심리실, 면담실, 세미나실, 컨트롤룸 등을 각각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 바이오피드백, cctv 카메라 및 음향/영상장치 등이 구비되어 있다.

세월호 사태로 구성된 경기도 안산 통합재난심리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장(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과 PTSD로 박사학위를 받은 배활립 교수가 이끄는 센터는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전문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되며 명지병원 외상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예술치유센터 등이 다학제진료로 참여한다.

배 센터장은 “이러한 대규모 시설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병원 측의 배려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는 아니”라며 “현재 기존의 정신건강의학과 인력들이 센터에서도 근무하고 있는데 전담 직원을 충원하면 훨씬 더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배활립 센터장은 장기적인 운영계획으로 “명지병원 외래에 찾아온 환자들을 진료하는 수준을 넘어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외상외과와 연계해 부상자들의 치료초기에 외상심리치료를 시행하거나 예방차원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고위험군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심각한 트라우마를 같이 겪기 때문에 PTSD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상치료 초기부터 빠른 심리치료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명지병원은 특히 국내에 몇 개 되지 않는 외상외과 및 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 소방서 등과 협약을 맺고 있으며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장이 경기도재난지원센터장, 안산트라우마센터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인적·물적 인프라면에서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사회적 인식 부족한 국내현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립 외상후스트레스장애센터(National Center for PTSD)를 설치하고 있다.

911사태를 겪었고 총기사고나 자연재해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미국인만큼 PTSD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배활립 센터장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유럽국가들도 PTSD의 예방 및 치료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에 대한 보상 역시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PTSD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해 장애에 대한 개념도 없고 심지어 의료인들조차도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비의료인에 의해 심리치료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하며, 인터넷 등에 심리치료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PTSD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사회적 인식 향상 기대
그는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정부도 PTSD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마땅한 노력을 기울이고 국민들도 그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활립 센터장은 또 “PTSD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의 치료는 아직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아 환자나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정신과적 특수성을 감안해 PTSD에 대한 의료수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줘야 앞으로 안타까운 일이 더 발생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활립 센터장은 “외상후 스트레스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후 오히려 전보다 더 성숙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PTSD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어 제대로 된 심리치료가 널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