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호사가 간호사에게 날짜와 사유없이 이름과 서명을 기재하는 ‘날짜없는 사직서’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대병원 수간호사 강모씨가 간호사 구모씨에 대해 투약 실수 등을 빌미로 날짜없는 사직서를 강요하고 직권 면제 처분했다며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이 서울대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병원측에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자 구씨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약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투약 실수 등을 이유로 총 10회에 걸쳐 수간호사 강씨 등에게 시말서를 제출하고, 2004년 12월경에는 20일간 시말서 등을 고쳐쓰고 최종적으로 제목없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특히 2004년 4월경 강씨의 종용으로 병원 사직원 양식에 날짜와 사유를 기입하지 않고 본인 이름과 서명을 기재한 ‘날짜없는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수간호사 강씨는 구씨 외에 다른 간호사들에게도 시말서나 ‘날짜없는 사직서’를 제출받았으며, 실제로 그렇게 제출된 사직서는 나중에 날짜와 사유를 기재하여 퇴직 처리된 사례도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에는 시말서 작성 등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나 규정이 없어 수간호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말서를 징구, 보관, 폐기, 활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정확한 시말서나 반성문 등의 형식으로 당사자의 내면적 반성의 표시를 종용하고, 날짜없는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종용하며, 병원의 인사규정에 따른 적법한 조치없이 퇴직 처리한 것은 수간호사의 정당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수간호사가 임의로 ‘날짜없는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는 등의 부당한 관행으로 인해 다수 간호사들의 인격권과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직업수행의 자유) 등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 서울대병원장에게 수간호사 강씨에 대한 주위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간호부내 관행 시정을 권고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들과 관련하여 의료·간호사고 등에 대한 시말서나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면 그 합리적 근거와 기준을 마련할 것과 간호사의 파견이나 근무평정방식 등에 관해서도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그러나 진정내용 중 피해자에 대한 원직 복직 부분에 관해서는 이미 진정인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한 점 등을 감안하여 각하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