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사회보험 재정누수 실태에 대해 점검한 결과, 건보공단이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 등 관리업무를 부실하게 해 막대한 재정누수를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의원협회에서 건강보험 재정누수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이 요양기관이 아닌 정부와 건보공단에 있고 누수액이 8조 5300억에 달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4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9일부터 7월 18일까지 사회보험 재정 누수 실태와 원인을 체계적으로 점검한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 소득 1억 이상 고소득자도 피부양자로 분류돼 건보료 0원?
▲피부양자 A씨는 2012년 근로·기타 소득 3311만원, 연금소득 3698만원, 이자·배당소득 2168만원으로 총 9177만원의 소득을 올려 지역가입자 중 상위 12.4%에 해당하는데도 소득종류별 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았다.
감사원은 우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을 위한 소득요건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중 소득이 없거나 일정 금액 이하이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이때 피부양자 소득기준은 실제로 독립적 생계가 불가능해 친족에게 생계를 의지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감사원은 “피부양자 소득기준은 소득금액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복지부에서 소득금액 총액이 아닌 근로(기타)소득,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등 각각 4천만원 이하의 소득종류별 기준만 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에서 2012년 귀속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264만명을 대상으로 소득금액 총액을 기준으로 피부양자 자격 및 보험재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연 소득금액 총액이 4천만원을 초과하는 4827명을 피부양자로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피부양자 소득기준에 ‘소득금액 총액 4천만원 이하’ 기준을 추가할 경우 연간 152억원 상당의 보험료 수입 증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복지부에 피부양자 자격 인정기준에 이자소득 등 소득종류별 규모와 함께 이자·배당소득·근로·기타소득 등 소득 총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자로 소득요건을 추가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수십억 부동산 있는데도 공단에서 파악 못해 건보료 부과 0원
▲B씨는 지난 7억 8천만원(재산세과세표준금액)의 서울 서초구 OO빌라를 취득해 2013년 6월 보유하고 있었지만 건보공단에서 그 내역을 알지 못해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누락됐다. C씨 역시 2013년 2월 서울 강남구 OO빌라를 27억원에 임차했지만 공단에서 그 내역을 알지 못해 보증금을 직권으로 499만원(2명 이하 연립기준)으로 결정했다.
건보공단에서 건보료 산정 시 지역가입자 명의의 보유 재산 등을 기준으로 가입자의 재산을 파악해야 하는데도 공단은 행정자치부나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취득세 과세자료나 토지분할·합병자료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자료 등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취득세 과세자료와 토지분할·합병자료를 활용해 점검한 결과, 지역가입자 명의 부동산 누락으로 16만8554세대의 335억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또한 전월세 확정자료를 점검한 결과, 684세대는 무상거주로 돼있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총3만3364세대데 대한 49억여원의 보험료도 부과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행자부의 취득세 신고·납부자료나 국토부의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자료 등을 제공받아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부과에 활용토록 통보했다.
사회보험료 체납관리 부실로 건보료 체납액 1131억원 미징수
▲C건설회사는 4대 사회보험료 19억원을 체납하고 있지만 2012년 10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총1473어원 상당의 조달계약대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은 이 채권에 대한 압류 등 체납처분을 실시하지 않아 보험료를 징수하지 못했다.
4대 사회보험료(건강·연금·고용·산재) 체납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건보공단은 이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조달청으로부터 보험료 체납 사업자의 조달계약대금 채권을 압류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2014년 7월까지 1000만원 이상 체납하고 100만원 이상 조달계약을 체결한 3097개 사업자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공단은 총 1487억원을 체납한 2983개 체납사업자가 보유한 채권 중 1131억원을 압류해야 할 채권을 압류하지 않아 재정누수가 발생했다.
이에 감사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2983개 체납사업자에 대해 압류나 추심 등의 체납처분을 실시하는 등 체납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했다.
공단이 법원이나 국세청, 관세청, 한국토지주택공가 등에 대해 근저당권 설정이나 국세환급금, 관세환급금, 보상금 지급 등에 대한 체납관리업무에 활용할 자료를 요청하지 않아 거둬야 할 사회보험료가 미징수되기도 했다.
감사원에서 조사 결과, 2014년 4월 기준 체납자 3141명(체납액 1239억원)이 1만3196건(채권최고액 13조 7471억원)의 근저당권을 보유하고 있어 이 중 887억원이 징수 가능한 체납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공단에서 이들 자료들을 잘 활용만 했어도 총 984억원을 징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대법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자료, 국세청의 국세환급금자료 등을 제공받아 체납처분업무에 활용하도록 통보하고 국세청장, 관세청장,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게 관련 자료를 공단에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한편 대한의원협회는 최근 ‘건강보험재정누수보고분석보고서’를 통해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관리업무를 부실하게 해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8조 5천억원의 재정누수를 발생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고지원미납금 8조 5300억원,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편입으로 인한 공단 부담액 3조 3099억원,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재정 누수액 1조 6926억원, 공단의 건강보험료 체납관리 부실로 누수액 3조 7774억원 등을 포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