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추무진 회장-박상근 회장, 누가 제중원 출신일까?

서울대-세브란스, 각각 제중원 130주년 기념식 개최 신경전

제중원의 적자를 자처해온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각각 제중원 1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며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모은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국립대학병원을,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사립대학병원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두 병원 모두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서양의료기관인 제중원을 계승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다 보니 이런 웃지못할 촌극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대한의사협회 수장인 추무진 회장은 서울의대 출신이고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연세의대 출신이어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추 회장과 박 회장은 오는 10일 세브란스병원에서 개최되는 130주년 기념식에서 마주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지난 7일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제중원 13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7일 제중원 130주년 및 발전후원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동대문 JW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중원 130주년 기념 발전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김춘진 국회보건복지위원장, 강신호 명예후원회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오병희 원장을 비롯 약 350여명의 후원인 및 유력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서울대병원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제중원을 계승한다고 공공연히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제중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전과 서울대 역사학과 이태진 명예교수의 강연이 마련됐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제중원 130주년 기념 발전후원의 밤’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역사 속의 소명을 잊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선언이자, 서울대병원 후원인들과 함께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 나가고자 하는 공감과 화합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 제중원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근대화를 고민했던 고종과 조선정부가 의료인을 양성하고 백성을 구제하라는 시대적 염원이 역사의 배경이었음을 재조명하고 국립병원으로서 숭고한 뜻을 이어 받아 이 시대 공공의료의 소명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높였다는 것.

제중원이 국립의료기관 이었던 만큼 서울대병원은 이전부터 국립병원인 자신들이 진정한 제중원의 계승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병희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은 역사가 주는 깊은 소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중원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가는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고 다음 백년의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더 성대한 기념식으로 서울대병원에 화답

이에 질세라 세브란스병원도 오는 10일 제중원 개원 130주년 기념식을 오전 10시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에서 개최한다.

특히 알렌과 에비슨 박사, 그리고 세브란스씨의 후손을 미국에서 특별초청해 알렌 박사의 증손녀(리디아 알렌)가 간직해 온 태극훈장과 도관(차 주전자), 그리고 에비슨 박사의 증손녀(쉴라 호린)가 보관해오던 안경 기증식도 개최한다.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121병원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제중원 창립정신을 되새기는 행사를 마련함으로써 자신들이 진정한 제중원의 적자라고 공공연히 강조하는 셈이다.

태극훈장은 1905년 알렌 박사가 영구 귀국할 때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당시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상위 훈격을 지닌 소중한 유품.

세브란스병원과 연희전문학교 책임자로서 한국 근대사에 영향을 준 에비슨 박사가 착용하던 안경도 이번 기념식을 통해 세브란스의 품으로 돌아와 세브란스가 근대의학 효시라는 의미에 무게를 더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아예 제중원에서 명칭을 변경해 세브란스로 이어진 130년의 흐름을 살피는 학술 심포지엄까지 개최해 서울대병원의 ‘국립병원’ 계승론을 반박하고 자신들이 제중원의 적자임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기로 했다.

총 3부로 나뉘어 개최하는 심포지움 중 연세의대 의사학과 여인석 교수가 좌장을 맡는 1부 에서는 ▲제중원 설립과 선교사들의 역할(연세대 신학과 최재건 교수) ▲제중원과 에비슨(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 前 국사편찬위원장) 주제발표가 계획됐다.

연세의대 유승흠 명예교수가 좌장을 담당한 2부에서는 ▲제중원 뿌리논쟁의 경과와 쟁점(연세의대 의사학과 신규환 교수) ▲‘국립병원’계승론의 허상(연세대 사학과 김도형 교수) ▲제중원과 민간사회의 국민 만들기(중앙대 역사학과 장규식 교수) 주제의 일반발표가 이어진다.

마지막 3부는 발표자 전원이 모두 참여하는 패널토의 시간으로 꾸며진다.

세브란스병원은 “심포지엄은 의료선교사들의 역할과 눈부신 활동상을 함께 나누고 제중원과 오늘의 세브란스를 하나로 이어‘제중원이 곧 세브란스’임을 학술적 자료로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와 의학사연구소는 제중원 130주년을 맞아 관련된 4권의 단행본을 출간해 학술적 관심도를 높인다.

책 내용은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의사들’, 연세의학사총서2, 역사공간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선교병원’, 연세의학사총서3, 역사공간 ▲여인석·신규환 지음, ‘제중원 뿌리논쟁’, 의학사강좌1, 역사공간 ▲신규환·박윤재 지음,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역사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연세대 내 백주년 기념관에서 LED영상을 송출해 복원된 광혜원 건물벽을 이용해 130여년의 제중원과 세브란스 역사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세브란스 제중원 적자론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백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 거장으로 손꼽히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김형수 원장이 프로그램 총괄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동은의학박물관'도 제중원 개원 130주년에 맞춰 재개관해 쐐기를 박는다.

의대 내 자리 잡은 박물관은 휴지기간 동안 관내 정리와 전시품 재배치를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켰으며, 전체 전시품의 30%를 새로운 유물로 교체했다.

서울대 출신도 연세대 출신도 아닌 한 의료계 관계자는 두 병원이 벌이는 적자 논쟁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이미 정리가 된 문제인 만큼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대 출신인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세브란스병원에서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 봐도 누가 제중원 적자인지는 금방 결론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