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오른쪽 손과 발이 마비된 홍순본(남, 66세)씨가 11월 7일부터 12일까지 강북삼성병원 본관 로비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홍씨는 대회에서 수상한 아내의 초상화를 비롯해 26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에 전시회를 갖는 홍순본씨는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5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오른쪽 손발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건축설계 관련 일을 하며 꼼꼼한 일처리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그였지만 뇌졸중은 그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특히 뇌졸중으로 쓰러진 초기에는 마비증상도 심했고 논리적인 사고도 어려웠다. 이제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졸증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의 기회가 됐다. 본격적으로 재활치료에 들어가면서 언어기능을 제외한 팔 다리 마비증세는 조금씩 호전되었다.
홍씨의 부인 정호희(61세)씨는 홍씨의 재활을 돕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4년 넘게 정성껏 한글을 가르쳤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글을 대신하는 표현법으로 홍씨가 생각한 것은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그림그리기. 우선 먹고 싶은 것 등 홍씨가 필요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니 처음에는 제대로 그려질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솜씨도 늘어났고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점차 익숙해지자 아예 미술학원까지 등록했다.
그리고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지 5년. 아직 장애는 남아있지만 작년에는 사단법인 서화아카데미에 아내의 초상화를 출품해 금상을 받았다.
지금은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한국서양화협회 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해결되고, 자신의 목표가 생겨 정신적으로도 많은 여유가 생겼다. 육체적으로도 더욱 건강해졌다.
이번 병원전시회는 부인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자리이기도하다.
그의 집에는 그림이 가득하지만 아직 전시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을 부인이 무척 아쉬워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병원 로비에 전시회를 준비해 주었다.
홍씨의 주치의인 최천식 신경외과 교수는 “홍순본씨는 진료실에 들어올 때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들어와 주치의로써 보람을 느낀다고”며 “본인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약물치료도 뇌졸중 재발을 막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림 그리기도 생활에 활력을 주기 때문에 환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고 밝혔다.
한편 홍씨는 이번 전시 기간 중에 직접 병원에 나와 몸도 불편하고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환자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