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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호 교수는 왜 넥시아를 비판 했나

강한 야당기질-본인이 암환자-과도한 표현 자책


“넥시아를 비판하게 된 것은 야당기질이 강한 성격 때문인 듯하다. 과도한 표현에 대해서는 자책하고 있다.”

한정호 교수(충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사진)가 한방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NEXIA)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지난 6일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불복한 한정호 교수는 지난 8일 항소했다.

13일 의협회관에 들른 한정호 교수는 잠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넥시아를 비판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 교수는 “(나는) 야당기질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어릴 때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단칸방에서 어머니, 장애가 있는 여동생이랑 셋이서 살았다. 학창시절에 고물을 팔아서 용돈을 벌어 썼다. 중3때 학교에서 모자 구매하는데 호돌이마크가 붙어 있는 것은 500원을 더 줘야 했다. 한 교수는 반 아이들에게 호돌이마크가 없는 저렴한 모자를 구매하기로 제안해 친구들이 받아 들였다. 그런데 학교에서 문제가 돼 퇴학당할 뻔했다. 다행히 한 교수를 지지해준 교사들이 있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고3때도 우열반 문제가 있었다. 특별반이 있어 전교에서 15명만 같이 수업했다. 학교 어디에도 없는 에어컨이 특별반 교실에만 있었다. 학교가 아니라 특별반 부모들이 돈을 걷어서 설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교수의 집은 어려워서 그런지 돈을 모을 때 연락을 안했다. 한 교수는 특별반만 에어컨이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특별반을 나와 일반반에서 공부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했다. 이 때문에 또 퇴학당할 뻔했다. 하지만 결국엔 한 교수 덕분에 3학년 모든 반에 선풍기가 설치됐다.

레지던트 1년차 때도 부당한 폭력에 대항했다. 조폭(포주)이 여성들을 데리고 와서 진료를 빨리 안 해준다고 여자 인턴에게 쌍욕을 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아 한 교수가 나섰다가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을 했다. 피해 신고자가 나서지 않으면 경찰에서 해결하지 않고 사건 접수를 하지 않고 그냥 간다. 그 때도 한 교수가 신고자가 돼서 조사를 받았다.

한 교수는 나서기 좋아하는 것 같고, 나쁘게 얘기하면 오지랖이 넓은 것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한 교수는 “내 자신이 암환자인 것도 넥시아를 비판한 이유 중 하나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2005년에 고환암으로 진단받아 고환 한쪽을 적출했다. 림프구 침범이 진단되어 항암치료도 받았다. 폐암환자에게 쓰는 강력한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투약했다. 항암치료 부작용도 경험했다.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다 빠졌다. 한 교수는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생계를 위해 병원에서 일을 놓을 수 없어 병원에 모자를 쓰고 출근했다. 꼬마 환자들이 눈썹이 없다고 놀릴 정도였다.

한 교수는 지금도 죽을 거 같은 꿈을 꾼다. 암이 재발했다는 통보를 받고 우는 꿈. 폐로 전이되어 인공호흡기를 달고 누워있는 꿈. 지금도 그런 꿈을 꾼다.

한 교수는 의사도 이정도인데, 환자는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한 교수는 초기에 발견돼 치료받았는데, 말기 진단 받는 환자들의 심정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넥시아를 비판하면서 과도한 표현을 한데 대해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시아를 비판하는 데 있어 방법상 문제를 후회한다는 것이다. 당시에 한 교수는 고환암의 재발 때문에 검사하고 있었다. 초음파나 CT 검사할 때 엄청 긴장했다. 한 교수가 검사화면을 못 띄우고 후배에게 보고 문자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 만큼 번아웃 상태였다는 거다.

한 교수는 “앞으로도 시간과 능력이 허락된다면 암환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에도 자문이나 검증, 블로그나 인터넷으로 질문 올라오는 것에 성실히 답변해왔다. 앞으로도 조언자 역할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교수는 청주토박이다. 청주가 고향이고, 충북대학교병원이 모교이다.

한정호 교수는 “어머니가 아파서 쓰러지면 결국 충북대병원 온다.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 성실히 환자 보고 좋은 병원 만드는 것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고 효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근무하면서 후배를 키우고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