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넘는 회의에도 해법 없었다…“’회의’ 아닌 ‘해결’ 필요”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맞아 기자간담회 개최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의정갈등에 대한 실질적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100번 넘는 회의에도 답은 없었다며,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전공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자 사과 등을 요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가 29일 플렌티컨벤션에서 ‘far from Home’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화를 위한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의미에서다.

이번 학술대회를 기념해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김재혁 정책이사는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체 ▲보건복지부 장관 즉시 지명 ▲응급실 과밀화 해결 등 논의체 즉시 구성 등을 촉구했다.

김재혁 정책이사는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대해 “100차례가 넘게 회의했으면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지금은 ‘회의’가 아닌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행정부 결정권자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포함된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관련 책임자들이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사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정책이사는 “전공의 사직 초기, 억지스러운 위법적인 강제명령들을 남발하면서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결과가 갈등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지겠다고 한 장차관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에 직면한 문제인 응급실 과밀화, 최종치료 및 취약지 인프라 개선, 사법리스크 면책 등을 회의할 수 있는 논의체를 즉시 구성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혁 정책이사는 “응급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실 강제수용이나 단순 체계개편 등 비합리적인 조치들로는 절대 응급의료의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새 전문의나 의료인 수급 없이 전문의 중심의료를 논하는 것은 기득권의 욕심일 뿐”이라고 꼬집으면서 “지역의사, 공공의사의 굴레로 억지로 응급의학과를 전공하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신뢰와 안정을 바탕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기간이나 군대를 미끼로 회유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며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사직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최대한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들이 너무 커질 것”이라며 “대선이 끝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은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계의 뉴-노말은 저효율, 고비용으로 진행돼 결국 의료 민영화가 될 것”이라면서 “과거에 고효율을 내주던 저임금의 전공의들이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구상되고 있는 의료계의 뉴 노말은 열악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사회적 합의를 들이밀며 정치적인 판단을 하게 되면 왜곡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적 합의만을 이야기하다 밑도끝도 없이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질병관리청 정은경 前 청장이 지명됐다. 정은경 후보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바이오헬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