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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환자 수용결정, 전문적인 판단으로 존중해야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현황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원인파악을 기본으로 현장이 동의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보고서(국회입법조사처 2025.09.08 제2403호 ‘응급실 뺑뺑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수용곤란 고지지침의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는 현장의 상황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잘못된 방향제시로 이를 통한 입법이 이뤄진다면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무너져가 고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키게 것이다.

수용능력 확인 의무화조치는 이전에 무분별한 이송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2021년 이송거부 금지법안은 코로나 시기 심각해진 119이송지연을 해결하겠다며, 현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된 법안이다. 이후 제대로 된 시행규칙을 만들지 못해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고, 지침이 나 가이드라인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재이송은 응급실 뺑뺑이가 아닌 정상적인 응급의료 체계의 운영이다. 보다 정확한 응급실뺑뺑이 정의는 119가 현장에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곳을 배회하는 상황을 말한다. 재이송의 증가여부는 응급실뺑뺑이의 지표가 아니다. 수용곤란 고지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은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며,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역시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수용불가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그 외의 상황에서는 모두 받아야 한다고 해석된다. 처벌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포함한 법적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기에 현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구급상황관리센터나 119의 병원선정권한이 없어서 병원 전 환자 이송이 지연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잘못된 생각이다. 수용을 강제할 경우 ‘이송 전 지연’은 없어지고 119는 편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며 응급의료는 붕괴할 것이다. 응급환자의 수용은 진료의 일부로 현장의 책임전문의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통합정보체계를 수천억을 들여 추가로 구축한다고 해도 현장의 모든 상황을 담아내기 어렵기에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법률의 개정은 적절한 취지가 있어야 하며, 혜택의 주체가 확실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응급실의 강제수용을 위한 법률개정안들은 응급실 환자수용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응급실이나 그냥 밀어 넣어서 이송지연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부적절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우리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3대 전제조건인 1) 상급병원의 과밀화 해결, 2) (최종치료, 취약지) 인프라 개선, 3) 법적 위험성 감소를 주장했고,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법을 만들어도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환자의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보고서를 현장이나 전문단체와 아무런 사전교감이나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언론보도와 편향된 참고자료로 결론을 낸 국회입법조사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잘못된 판단으로 법률이 개정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응급실뺑뺑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응급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응급의학전문의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환자의 수용결정 또한 진료의 일부분이며 전문적인 판단으로 존중돼야 한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순간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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