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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실 뺑뺑이 없앤다더니…현장은 “20년 전으로 돌아갈 것”

협의체 구성에 제외된 응급의학과…국회의원 면담도 거절당해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팔을 걷었다. 그러나 현장과 동떨어진 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오히려 20년 전의 응급실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의사회가 국회의원들에게 수차례 면담신청을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는 후문까지 전해지며, 실무경험을 가진 전문가 없이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재 추진중인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무총리산하의 범부처 TF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날 이형민 회장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는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종치료의 법적인 책임을 응급의료진에게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소아 횡격막 탈장 사건 ▲대동맥 박리 사건 ▲대구 추락 환자 사건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례들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최종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판결들이 응급실 수용성을 낮추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실질적인 응급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법적 위험성의 감소 ▲응급실 과밀화 해결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법적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응급치료를 최종치료와 분리해, 최선을 다해 과실없이 응급치료를 제공한 경우 최종치료 결과와 무관하게 면책이 제공돼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에 대해서는 “경증환자가 가까이 있는 대학병원을 놔두고 멀리 있는 작은 응급실을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이들의 상급병원 이용을 제한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없고, 오히려 여러가지 합병증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과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증환자들이 응급실 외에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인프라 개선에 대해서는 “취약지와 최종치료의 인프라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취약지의 최종치료를 세팅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예산도 불가능할뿐더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최종 치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취약지 인프라를 개선을 해야 한다”면서 “어떤 중증환자도 언제든 받아줄 수 있는 최종치료 인프라를 확보를 하는 것이 ‘응급실 뺑뺑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정부에서도 응급실 뺑뺴이를 없애겠다고 선언하고 지원하겠다고 하면 박수치고 환영하겠다. 전 세계 아무도 못해낸 일”이라며 “지원과 예산, 의지의 문제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24시간 언제든 모든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은 만들 수는 있어도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의 100개 넘던 외상센터들이 다 망하고 10개도 안 남은 이유가 ‘돈’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20년 전의 사례도 제시했다. 당시에는 119 구급대가 일단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놓았기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병원들이 밤새 환자를 보낼 곳을 찾아 전화를 붙잡고 있게 됐다. 

이 회장은 “20년 전 그 상황을 재현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책임은 응급실의 의사들에게 지라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의 입법들은 ‘응급실에서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안 받는 것’이라는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데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책임 때문에 못 받아서 안 받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인 선입견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입법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그 때마다 우리는 반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응급실을 쥐어짠다고 더 이상 나올 것은 없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정의하고 어떤 지표로 어떻게 없앨지 전문가와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정부 및 국회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빠져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최근 국무총리, 복지부2차관 등을 포함해 구성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TF’에서도 응급의학과는 배제됐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제외한 채 모여서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는 전문성에 대한 무시이자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도 여러 번 면담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의정갈등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응급의료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단 한번도 우리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실제로는 현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안았다”고 질타했다. 

이강의 대외이사는 지난 4일 김윤 의원이 내놓은 법률 개정안의 문제점들을 짚으며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아닌 구급대원의 민원 해결을 위한 법안일 뿐”이라고 했다.

또 “현재 운영되고 있는 비슷한 대책들은 이미 기능을 못하고 망했던 상태”라며 “막대한 비용과 쓸데없는 행정만 낭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외이사는 “특정분야 진료불가는 거꾸로 나머지 분야 진료가 다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외과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외과수술이 다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호 총무이사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 즉각중단 ▲경증환자 수요억제조치 마련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위한 구체적 계획 마련 ▲응급의료 민형사 면책조치 마련∙최종치료 책임전가 중단 ▲현장과 전문가 의견 경청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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