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II]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의료선진화
<편집자 주> 최근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선진화 정책’은 과연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메디포뉴스는 창간1주년 기획특집으로 ‘의료선진화’와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방향과 문제점 및 대응방안을 살펴 보았다.
1.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개념과 목적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첨단 의학분야 등을 중심으로 병원, 연구소, 임상시험 및 관련 산업체가 집적된 의료클러스터를 의미한다.
통상 클러스터라 함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특정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과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개발 및 정보교류와 생산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의료분야에 여러 개의 클러스터를 한 지역에 구축하여 집적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기존 의료클러스터와 다른 점은 여러 개의 의료클러스터가 집적되어 있다는 점과 장기적으로 재활치료 및 의료산업지원을 위한 교육·금융, 주거·휴양시설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2.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의 필요성
국내 생명공학 기술수준의 발전과 함께 줄기세포 연구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수준의 연구 성과가 배출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 국가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의료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세계적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배경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 BT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0~90%로 국제경쟁력 갖춘 기술은 16%정도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동력은 실험실의 연구결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체 간의 연계에서 창출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신경학회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성공이 자동차엔진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자동차 엔진만으로 자동차를 달리게 할 수 없다’는 논평을 했고 이는 복합단지 및 산업체와의 연계 필요성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관련 산업의 발전되어 온 기존 틀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산업, 의료기기산업은 제조업으로 분류되어 의료서비스산업과는 별개로 인식되고 발전하여 온 것이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가가치는 이 세 산업의 연계에서 창출된다는 점을 미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에 지출되는 비용은 GDP의 10%를 상회하고 있지만 미국 제약사와 의료기기사들이 병원과 연계하여 생산한 신약과 의료기기를 전 세계에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국부를 창출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따라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구축은 의료산업의 부문별 육성과 병행하여 Network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장기능에 의한 자생적 형성을 기대하기 곤란하므로 초기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3. 국내의 의료관련 클러스터 사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추진되어 온 의료관련 클러스터로 대표적인 곳이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들 수 있다.
오송은 연구․교육·주거·상업·문화 및 복지기능이 복합된 보건의료바이오산업단지로서, 식약청, 보건산업진흥원 등 4개 기관, 바이오대학원, 생명과학연구원과 제약․의료기기 공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총 144만평에 1994년부터 단지조성계획 수립해 2005년부터 분양,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수도권 이외에 전국 11개 지역 60여개 바이오지원센터 사업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센터사업 위주로 육성 대상업종이 주로 기능성 식품분야이며, 의약보건의료업종은 대전 및 충북지역에 국한돼 있다.
이와 비교해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치료병원중심으로 의료산업 공급주체들이 집적된 시장추인형 혁신클러스터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4. 해외 사례 및 향후 전망
첨단 의료복합단지의 성공사례는 미국과 유럽에서 찾을 수 있으나 대다수가 오랜 기간 동안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서 본 고에서는 정부의 계획에 의해서 구축된 일본 고베와 싱가폴의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효고현 고베의료산업도시는 1995년 고베대지진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복구, 고령화문제 해결, 의료복지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구축됐다.
고베시 주도의 계획 및 선행투자에 이어 중앙정부가 지원한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경제특구 및 기업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요 기능으로는 연구개발기능, 사업화 지원기능, 인력양성기능 등 세 가지로 의료클러스터 형성과 함께 고베를 ‘건강을 즐기는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의료분야 중추 연구시설로 이화학연구소 산하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와 ‘첨단의료센터’가 있고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에서는 줄기세포․유전자연구 등 기초연구를, ‘첨단의료센터’에서는 세포배양센터를 갖춘 연구진과 임상진(60병상), 의료기기진이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파크는 아시아의 의료허브를 목표로 의료와 생명공학을 연계시키고 의료시설의 과감한 기업화 전략을 통해 추진됐다.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진, 연구진과 연구시설 유치에 주력하였고 R&D를 담당하는 ‘바이오폴리스’와 생산기지인 ‘투아스바이오메디컬 파크’ 등 2개 지역으로 구성된다.
존스홉킨스의대, 노바티스사 등 국내외 병원과 제약회사 연구소 이외 싱가폴 게놈연구소, 바이 인포매틱스 연구소, 바이오공학-나노기술연구소 등 바이오분야 국책연구소 5개가 입주하였고 현재 2만 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03년까지 3600억원 투입했고 싱가폴 정부의 적극 지원 속에 ‘잉’ MIT 교수, ‘리우’ 스탠포드대 교수 등을 BT-NT 연구소장 등으로 유치했다.
미국 및 유럽의 선진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싱가포르도 의료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도 우리보다 앞서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와 의료산업발전기획단이 범정부 차원에서 구성되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의료계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계획과 함께 실천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만 아시아 의료허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승기를 잡아갈 수 있을 것임을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주임교수 / 의료산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