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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소아과] A형 간염의 역학적 변화

신 영 규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소아과

Young-Kyoo Shin, M.D. & Ph.D.

Dept. of Pediatrics,

Ansan Hospital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형 간염은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중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소아기에는 불현성 감염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으나 성인의 경우 현증의 급성 간염이 나타나며, 대체로 예후가 양호하나 드물게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비해 전염성은 가장 강하지만, 합병증이 거의 없고 만성화하지 않으며, 또한 바이러스 만성 보유자도 없고, 치료 경과와 예후가 매우 좋으며, 소아기에 자연감염에 의해 항체를 획득하여 성인기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므로 국내에서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러나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매년 140만명의 새로운 A형 간염 환자 발생 보고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말까지는 환자 발생 보고가 현저히 줄었으나 1990년대 초반 소수의 A형 간염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이후 매년 꾸준히 환자 발생이 증가되다가 1998년에는 한해에만 1500명 정도의 A형 간염환자가 발생되었다.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05명, 2002년 11월 말 현재 284명이 보고되고 있으며 실제 발생 보고율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형 간염의 역학, 감염 경로 및 예방 등에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임상적 특징

 

 A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A virus: 이하 HAV)는 장관바이러스 72형(enterovirus type 72)으로 분류되었던 구형의 RNA 바이러스이며 1973년에 최초로 동정되었다. 60℃에서 1 시간 처리하여도 감염성이 유지되며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면 인체 외에서도 1년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주위 환경에 대한 강한 저항이 HAV 전파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람의 HAV는 혈청형이 한가지이며 항체가 형성된 후에는 다른 분리주의 HAV에 노출이 되어도 감염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면역이 유지되고, 잠복감염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여 모든 사람이 면역을 갖게 된다면 천연두처럼 완전히 박멸 가능한 질환 중의 하나이다.

 

HAV는 주로 경구-대변 경로로 전파되며 잠복기는 20~45일(평균 28일)이고, HAV가 많이 침투되었을 경우 잠복기는 짧아진다. 간염의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대부분 환자의 혈청내에서 IgM, IgG 및 IgA 항체가 측정되며, IgG와 IgA 항체는 빠르면 증상발현 2일에 검출된다. IgM anti-HAV 항체는 급성기 HAV 감염 진단에 이용되며 전형적인 A형 간염에서 는 증상발현 3개월 내에 소실된다.

 

A형 간염의 임상양상은 다양하여 불현성 감염, 현증 감염, 전격성 감염의 3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감염 양상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어 영아와 어린 소아들은 대부분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는 불현성으로 진행하고 이후 연령의 소아에서도 성인에 비해 가벼운 임상경과를 취하게 된다. 현증 감염의 경우 황달이 나타나기 전에 식욕부진, 발열, 구역 및 복통 등이 나타나며, 황달이 나타나면 증상이 완화되고 대부분은 4주 이내에 소실되며 2~4개월이 지나면 완전히 회복된다. B형이나 C형 간염과 달리 만성간염으로 이행되지는 않으며, 성인환자에서는 회복중의 재발, 담즙 울체(cholestasis), 면역 복합체로 인한 발진 및 관절통 등 비전형적 임상소견이 관찰되기도 한다.   

 

 

역학적 특징

 

 A형 간염은 역학적으로 위생상태와 경제적 상태가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초기 소아기에 모두 감염되어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그 후 항체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성인기 감염이나 폭발적 발생은 보이지 않는다.

 

위생상태가 좋은 선진국에서는 소아에서의 감염은 매우 낮으며 오염된 음식물에 의해 드물게 폭발적 발생을 보일 수 있고 A형 간염 노출 위험이 있는 사람의 산발적 발생이 지속된다. 선진국화 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소아보다는 청소년이나 성인에서 발생되는 경향이 있고 소아에서는 일정기간 간격으로 발생이 반복된다. 과거 국내에서는 낙후된 개인 위생 및 자연 환경으로 인해 유소아기에 A형 간염을 불현성 감염으로 앓고 지나가게 되어 청소년 및 성인에서 HAV에 대한 항체 보유율이 매우 높고 성인에서의 급성 A형 간염은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다. 그러나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식생활, 위생상태의 개선, 상하수도의 보급 등으로 유소아기의 A형 간염 이환율이 현격히 감소하면서 청소년 및 성인에서 HAV 항체가 없는 인구집단 즉 HAV에 감염되면 현증 간염이 발생할 수 있는 인구 집단이 증가되어 최근 수 년 사이에 현증 A형 간염이 갑자기 증가하게 되었다.

 

1996년 여름 대전에서 식수원의 오염으로 추정되는 A형 간염의 폭발적 발생이 있었는데 환자들은 15세까지의 소아 31명, 청소년 및 성인 30명이었으며, 성인 중 44세 환자 1명을 제외하고는 16~26세의 젊은 층이었다. 또한 1998년에도 103명의 젊은 군인들에서 집단적으로 A형 간염 발생이 보고되어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원인인 된 HAV의 유전자형 분석 결과 유전자형은 모두 한가지 종류 (유전자형 IA)였으며, 오랜 기간 국내에서 잔존해 있던 HAV가 생활환경의 변화와 함께 면역항체가 없는 젊은 성인층의 증가로 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되었다.

 

 

국내의 역학적 변화

 

A형 간염의 빈도는 시대와 지역적으로 차이를 보이며 한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발생빈도를 추정하기 어려우므로 역학적 연구는 HAV에 대한 IgG 항체를 측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조사해 보면 1979~81년 서울지역에서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1~5세 26%, 6~10세 63%, 10~19세에서 87%로 보고되었으며, 1989년 전북 북부지역의 연구에서는 1~5세 24%, 6~10세 30%, 11~15세 65%, 16~20세 85%로 보고되어 지역적 차이는 있으나 10년 동안 6~10세 사이의 항체 양성율이 30%정도 감소된 것을 보여주었다.

 

1996~97년 대전지역의 조사에서는 신생아 90.2%, 1~6개월 80%, 7~12개월 35%, 1~5세 9%, 6~10세 0%, 11~15세 2%, 16~20세 29%의 HAV-IgG 항체 양성율을 나타냈다. 성인에서는 20대가 63%, 30대 96%, 40대 100%, 50대 100%, 60대 94%, 70대 이상에서 100%를 보여 30대 이상의 성인 층은 대부분 항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Fig. 1).

 

이 결과로 보아 1세 이후 중학교까지의 학동기 소아에서는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없음을 알 수 있으며, 1989년 전북 북부지역의 조사결과보다 더욱 현저히 소아 연령층의 항체 양성율이 감소했음을 보였다.

이 결과는 1996년에 대전지역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한 A형 간염의 근본적인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한편 1996년 경기도 지역에서는 1세 미만 27%, 1~4세 0%, 5~9세 0%, 10~14세 3%, 15~19세 15%였으며, 1997년 서울 강북지역에서 조사된 결과는 생후 6개월 이하 72%, 7~12개월 9%, 1~4세 0%, 5~9세 2%, 10~14세 0%, 15~19세 7%, 20~29세 64%, 30세 이상 100%로서 소아들의 항체 양성율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고 있고, 급기야 1998년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6~12세의 학생 8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HAV-IgG 항체 보유율이 0%로 나타나기까지 하였다.

 

또한 1998~1999년 전남지역에서 조사에서는 1세 미만 66%, 1~3세 22%, 4~6세 11%, 7~9세 10%, 10~12세 10%, 13세 이상 41%였으나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에는 너무 낮은 양성율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이러한 결과들은 20세 이하의 연령층에서 현저히 항체 양성율이 감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7~1998년 서울지역 성인에 대한 조사에서는 19세 16%, 20세 26%, 21세 32%, 22세 38%, 23세 44%, 24세 50%로 나타났고 1999년 강릉 지역 대학생의 HAV-IgG 항체 양성률은 18세 11%, 19세 12%, 20세 16%, 21세 23%, 22~26세 28%로 나타나 30세 미만의 성인 초기 연령층도 항체 양성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역학적 조사 결과는 국내에서도 사회 경제적 발전에 따라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선진국형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아기에서 A형 간염의 감염 기회는 줄고 청소년 및 성인에서의 A형 간염 발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성인들의 면역 상태가 낮아지고 소아들에게 면역이 안된 상태에서는 경미한 임상 발현 특성이 있는 소아들에게 A형 간염이 전파될 경우 이들이 매개가 되어 2차적으로 성인들에서 대유행이 올 수 있다.

 

1988년 상해에서 주로 젊은 성인 연령에서 오염된 어패류에 의해 약 30만명 정도(전인구의 4%)의 A형 간염 환자가 발생되어 47명이 사망한 것은 이러한 A형 간염의 역학적 특성을 보여 주는 좋은 예이다.

 

선진국에서는 감염의 빈도가 감소함에 따라 질환의 주영향은 일반인에서 생활습관이나 생활 방식면에서 HAV감염에 고위험군인 특정집단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고위험군에는 여행자, 남성 동성연애자, 정신 지체자 수용시설의 환자와 직원, 탁아소의 원생이나 직원, 군인 등이 포함된다.

서유럽, 북미,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소아에서는 양성률이 낮고, 사춘기와 청년기에서 증가하기 시작하여 장년기에는 높은 항체 양성률을 보인다. 이것은 생활환경이 꾸준히 향상됨에 따라 지난 30~40년간 감염 빈도가 감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감염빈도가 감소하는 어떤 특정 시기에는 실제 HAV 감염은 더 적게 일어나는데 비해 현증 간염이 생기는 연령층에서는 질환 빈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10년 혹은 20년 동안 계속되며, 이런 현상은 서유럽, 미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후에 수 십년 동안 나타났고, 이제는 그리스, 중국, 쿠바, 칠레, 동남아시아의 몇 개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역학변화에 대한 대응

 

최근에 국내에서 나타난 A형 간염의 역학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대책과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대책으로는 수동면역과 능동면역, 그리고 개인 위생에 주의하는 방법을 권할 수 있다.

 

1944년에 처음으로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예방을 위해 HAV에 대한 면역글로불린(immuneserum globulin; 이하 ISG)이 처음 사용된 이래, A형 간염의 폭발적 발생시기에 폭로 위험군 및 고위험 지역으로 여행시 수동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HAV에 노출된 후 ISG 투여 시기가 중요하며 잠복기 초기투여시 예방이 되나 늦게 투여 받은 경우에서는 가볍게 간염을 앓게 되고 그 후에 영구 면역을 얻게된다.

ISG 0.02ml/kg을 투여받을 경우 충분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적어도 3개월의 예방이 가능하고, 0.06mg/kg의 투여는 4~6개월간의 예방이 가능하다.

 

한편 A형 간염의 유병률이 낮은 일부 선진국의 ISG 제품은 HAV 항체가가 낮아 유효성이 떨어져 이들 나라에서는 유병률이 높은 나라의 수입품을 사용하고 있다.

 A형 간염의 능동면역은 1979년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세포배양이 가능하게 된 후 불활성화 HAV와 약독화 HAV를 이용한 제품이 실용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불활성화 백신으로는 GSK와 MSD 등이 개발한 백신이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들 불활성화 백신은 초회 접종 2~4주 후부터 항체가 생산되어 2차 접종 후에는 98~100%의 항체 양성률을 나타내며 태국에서 정상 소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야외 대조실험에서 94.5%의 방어 효과가 보고되었다.

 

국내에는 GSK사의 불활성화 백신(Havrix)이 1996년에 도입되었으며, 최근에는 MSD의 제품(Vaqta), Swiss Serum and Vaccine Institute Berne의 제품 (Epaxal Berna) 도 수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편 A형 간염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약독화시킨 생백신이 중국에서 접종되고 있으며 1회 접종으로 91~98%의 항체 생성이 보고된 바 있다.

 

A형 간염 예방 접종 적응대상으로는 미국의 경우 우선 순위로 군인, 해외여행자이며, 다른 위험군인 동성 연애자, 상습 주사제 사용자, 탁아소나 건강관리에 종사하는 자, 하수처리 또는 식품 취급에 종사하는 자 등에 대한 접종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있다.

A형 백신은 제품과 허가된 나라에 따라 최초 백신 접종 허가 연령에 차이가 있어서 국내에서는 Havrix 및 Epaxal Berna는 1세, Vaqta는 2세부터 접종을 시작하며, 최초 접종 후 6~12개월 후에 추가접종을 실시하는데, 추가접종 없이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면역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사회적 대응으로는 A형 간염 백신 일제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의 형성과 공공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40년간 위생의 발달로 어린 소아의 A형 간염에 대한 노출은 적어지고, 상대적으로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간염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으며, 1995~98년 기간 동안에 인구 10만명당 41.5명의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었다. 이에 1999년부터 Havrix 백신을 18개월 미만의 모든 소아들에게 의무적으로 18개월 및 24개월에 2회 투여하기 시작하였다.

 

이 계획을 실행하고 3년이 지난 2002년의 시점에서 조사된 A형 간염의 발생율은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 10만명당 3명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어린 소아연령의 접종이 접종을 받은 당사자를 예방해줄 뿐 아니라 이들이 전염원으로 작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파시키지 않게 함으로써 다른 연령층의 환자발생도 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A형 간염의 역학적 추이를 잘 관찰하면서 적절한 백신 접종을 시행하면 유행질환의 폭발적 유행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시행하면 근본적으로 질병을 박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사회 경제적 발전에 따라 A형 간염 환자 발생과 항체 양성률이 선진국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계속 소아기에 A형 간염의 접촉 기회는 줄고 청소년 및 성인에서의 A형 간염 환자 발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A형 간염은 특이적인 치료가 없으므로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불결한 음식물을 피하거나 용변 후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한다. 또 행정 당국과 연계하여 식수원 보호 및 오염원을 찾아 제거하는 등 공중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역학적 추이를 잘 관찰해가면서 예방접종을 적절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으며, 환자 발생이 지속될 경우 A형 간염을 기본접종 대상 질환으로 편입하는 문제에 대하여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출처 : DiaTreat Vol.3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