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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정신과] 우울증과 금연의 연관성 분석

            

 

 

김대진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신경정신과

Dai-Jin Kim, M.D. & Ph.D.

Dept. of Psychiatry,

Holy Family Hospital,    

The Catholic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E-mail: kdj922@chol.com

 

서 론

 

흔히 우리가 기호품이라 생각하는 담배에는 니코틴, 타르 등을 포함한 수 천 가지의 화합물이 들어 있어 그 백해무익함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의 상당수가 금연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사 금연을 시도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재흡연 하곤 한다. 이는 바로 담배 내에 중독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는 니코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한 흡연자, 즉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 가운데는 음주 문제 또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이나 정신과적 질환(불안, 우울, 정신분열)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임상 현장을 살펴보면 치료 중에 있는 알코올 혹은 약물 의존자들 가운데 80%가 흡연자이고, 정신분열병과 우울증,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높은 흡연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니코틴이 알코올 또는 우울, 불안에 특이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들을 낳게 되었고, 실제 최근 이와 관련된 다양한 가설들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따라서 본 종설에서는 기본적인 니코틴 신경생물학적 기전과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특히 이러한 니코틴 의존이 우울증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실제 임상에서의 개입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니코틴 작용의 신경생물학적 기전

 

니코틴을 포함한 모든 물질 의존의 기전에는 뇌에 기억된 긍정적인 보상 또는 강화 시스템으로서의 뇌 보상회로(Brain Reward Circuitry)가 작용하며, 양성 강화시스템에 대한 뇌의 자극은 반복되는 행동을 유발한다. 즉 먹는 것, 성행위 등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들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는 이들 신경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일생의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을 통해 이러한 중추를 자극하게 되지만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필로폰 등의 물질들은 인위적으로 이들 뇌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의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물질들은 직접적으로 뇌 보상회로를 자극하며, 뇌화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긍정적인 쾌감을 일으킨다. 즉, 도파민은 뇌 보상회로에 직접 작용함으로써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니코틴도 마찬가지로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통해 뇌 보상회로를 간접적으로 자극하여 인체가 쾌감을 느끼도록 한다.

 

뇌 보상회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복뇌 뒤판역(ventral tegmental area, VTA)과 중격 의지핵(nucleus accumbens, NA) 이다. VTA에서 NA로 향하는 도파민계 신경이 직접적으로 보상 감각과 관련이 되어 있다(Fig. 1).

 

의존을 일으키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였을 때 발생되는 영향 중의 하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긍정적 신호들에 대한 뇌의 보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존을 일으키는 물질을 장기간 사용함으로써 뇌 보상회로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맛있는 식사에 대한 감사, 회사 동료와의 즐거움, 서로를 돕는 것과 같은 기존에 기쁨을 느끼게 하였던 경험들에 대하여는 더 이상 즐거움을 유발되지 않으며, 과도한 물질의 사용만이 쾌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는 또한 내성과 금단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보통 어떤 물질에 대한 중독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변별기준이 내성과 금단증상의 여부이다. 실제 정신과 진단 영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진단 기준인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edition)에 따르면 니코틴 의존을 포함한 물질 의존에 대한 진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내성이나 (2) 금단이 나타나고 (3)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을 오랜 기간 사용하고 (4) 물질을 중단하거나 조절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5) 물질을 구하거나 영향에서 회복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6) 물질 사용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활동 및 여가 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이고 (7) 물질 사용으로 인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물질을 사용하는 것 중 지난 12개월 동안 3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니코틴은 다른 중독 물질 중에서도 하루만에 빠르게 내성이 나타나는 중독 물질로 이에 대한 의존 또한 매우 빨리 생긴다. 그러나 단순히 흡연을 하게 되는 것이 신경생물학적으로는 니코틴에 의존되는 것이지만, 행동적·심리적 의존 요인들 또한 니코틴 의존을 촉진하기도 한다. 보통 흡연에서 쾌감을 얻기까지 과정은 다음과 같은데 첫째, 대개 니코틴 의존자들은 담뱃갑을 열고, 담뱃불을 붙이고 냄새를 맡고, 한 모금 들이키는 일련의 행동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 후 15초 이내에 혈액 내에 니코틴 용량이 증가되며 이로 인한 도파민계 활성에 의해 즐거움을 얻는다.  이 후 혈중 니코틴이 떨어지면서 금단증상을 일으키고, 이러한 금단증상을 없애기 위해 다시 담배를 꺼내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과의 관련성

 

일반인들의 흡연율은 33%인데 비해 정신과적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흡연율은 50%가 넘는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경우 흡연율이 49%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울증 자체의 높은 발생률로 미루어 보아, 정신과 진단 중 흡연율이 가장 높은 것이 우울증이라 하겠다.

 

우울증 자체가 흡연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많은 보고들이 있어 왔다. Escobedo 등(1998)은 우울증이 있는 10대 청소년들이 우울증이 없는 청소년보다 흡연율이 1.3배 높게 발생하며, 우울증이 심할수록 흡연의 시작이 빈번하다고 하였다. 또한 Patton 등(1998)은 또래의 친구들이 담배를 피는 환경에서 우울과 불안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흡연을 시작할 가능성이 무려 6.7배 더 높다고 하였으며, Teriyaki 등(2002)은 우울한 10대 청소년들이 담배광고에 보다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하였다. 한편 정반대로 흡연이 우울증의 위험인자임을 보고하는 연구들에서 흡연이 차후 우울증 발현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Goodman과 Capitman(2001)은 연구 평가 초기의 흡연 청소년이 비 흡연 청소년에 비해 우울 증상의 발현 위험성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하였으며, Martini 등(2002)은 우울증의 발생률이 비흡연자, 과거 흡연자, 현재 흡연자 순으로 증가한다고 하였고 과거 흡연자에서 우울증 심각도는 마지막 흡연 시기와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울증과 흡연은 서로 상호적으로 위험 인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흡연의 금단증상 중에 우울감이 있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오히려 우울감을 더욱 가중시킴과 동시에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대처 행동으로서 흡연을 하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금연과 우울증에 대한 일련의 보고에 따르면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흡연자 중 60%가 주요 우울 삽화의 과거력을 보유하며 비우울 흡연자에 비해 금연 실패의 가능성이 2배나 높다.

 

Glassman등(2001)은 우울 삽화가 있었던 금연자가 지속적 흡연자에 비해 6개월 이내 우울삽화의 재발 가능성이 7배나 높았다고 하였으며, 우울증의 위험성은 금연 즉시 나타나기보다 6개월 연구 기간에 걸쳐 점점 증가한다고 하였다. 이는 흡연의 금단증상으로서의 우울증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니코틴이 우울증의 취약성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울증이 있었던 흡연자들의 경우 금연을 시도할 경우 일정기간 동안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 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흡연과 우울증의 임상적인 측면의 연관성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니코틴이 반복 투여하게 되는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물질들이 우울증 상태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성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니코틴의 약물학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니코틴이 항우울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는데, 동물실험에서 우울증에 걸린 쥐에게 반복적으로 니코틴을 투여하면, 우울 관련 행동이 개선된다고 하였고, (Semba et al, 1998) 임상 시험에서 경피형 니코틴 제제가 흡연을 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Salin-Pascual et al, 1996)

 

이상으로 미루어 보아 흡연과 우울증은 임상적으로든 생물학적으로든 충분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임상 영역에서 환자에게 금연을 시도할 경우 우울증의 변수가 존재한다면 치료적으로 좀 더 세심한 과정이 필요하며, 특히 금연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의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니코틴 의존의 치료

 

니코틴 의존은 앞서 설명한 기전에서와 같이 금단증상과 내성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금연상태가 오래가지도 못하며 자주 재발하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외부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은데 치료 방법으로는 금연 상담, 항우울제인 부프로피온(bupropion)의 처방, 니코틴 대체 요법(nicotine replacement therapy: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어 흡연 욕구를 진정시켜 주며, 따라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게 해줌으로써 암과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 물질인 타르와 일산화탄소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으로 니코틴 껌, 니코틴 패치, 니코틴 사탕, 니코틴 비강 스프레이 등이 있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보통 흡연자들은 담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거나 아직 금연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없어 담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경우가 많으며, 실제 금연 경험자의 경우 금단증상 및 갈망에 대한 이해가 적어 쉽게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많은 흡연의 단서들에 쉽게 유혹을 느껴 재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울증과 같이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연에 대한 동기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그들이 금연을 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 줄 수 있는 상담은 필수적이다.

 

보통 금연 초기 6~8주 정도는 위에서 서술한 치료적 개입을 지속하는 것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보통 금연상담과 부프로피온의 투약은 병원 방문 첫날부터 마지막 방문일까지 지속한다. 니코틴 대체요법은 부프로피온 투약 1주일 후부터 시작하여 일단 체내 적정량의 도파민을 유지시킨 후 니코틴 대체 제제들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보다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경우 항우울효과가 있는 부프로피온을 사용하면 우울증상 및 니코틴 의존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없는 니코틴 의존환자에서도 부프로피온의 효과가 감소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부프로피온이 항우울제 효과와 별도로 니코틴 의존의 신경생리학적 변화에 기여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과 니코틴의존이 병행되어 있는 경우에서 체계화된 약물연구가 되어있지 않으므로 향후 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Fig. 2).

 

 

결 론

 

이상과 같이 니코틴의 체내 작용과 우울증과의 관계 및 치료적 개입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은 니코틴이라는 물질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행동과 이에 대한 심리적 의존 또한 매우 높다. 따라서 이들이 금연을 시도하면서 느낄 심리적인 상실감을 잘 다루어 주어야 하며, 특히 이들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흡연에 대한 새롭고 현명한 대처 행동을 형성하도록 해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활동으로 해소하고 이를 통해 꾸준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극하고 유도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금연이 신체적인 건강을 추구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자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 Dia Treat Vol.6,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