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5’를 결산해야 하는 올해 의약계의 심정과 분위기는 매우 착잡하다. 메디포뉴스가 뒤돌아 본 지난 한 해의 ‘10대 뉴스’도 다시 언급하기조차 우울한 어두운 기사들로 장식할 수 밖에 없었다.
연초부터 불거졌던 의-한 대립을 비롯 영리법인과 의료광고 허용을 둘러싼 대립양상, 끝이 안보이는 개원가를 위시한 의료계의 장기 불황 늪, 약대6년제 파동으로 의료계 리더들이 길거리 ‘1인 시위’를 벌렸던 일, 특히 최근에 진상이 밝혀지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눈물을 삼키게 했던 황우석 파동, 그 외에도 의학전문대학원 강압, 의료인 도덕성 실추사건 등 끝없는 우울한 소식들의 연속이 진행된 한 해였다.
이 와중에서도 의료선진화의 범정부적 추진, 의학계의 획기적 연구실적으로 거둔 우리 의료인들의 세계적 저널과 인명사전에서의 우수한 평가, 국내 병원계의 국제화 추세, 그리고 국내 의약품 10조원 시장과 맞물린 국내 제약기업의 신약기술력 및 국내 시장에서의 마케팅활동 만회 등 숱한 낭보도 있었다.
과연 이러한 기사 중에서 의약계에 영향을 많이 미친 뉴스들은 어떤 것이었나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醫-韓 대립…의사신분 추락
작년 말 ‘한방병원 CT사용 합법’ 판결이 난 후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노골화 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의 마찰이 올 한해 보건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다.
법원 판결 후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에서는 판결내용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이 참에 ‘의료일원화’를 이루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내과의사회의 경우 한약 복용 피해사례를 줄이고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한약복용에 따른 환자 피해 줄이기 캠페인’에 착수해 한의계와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였다.
특히 감기약 처방과 관련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대립이 극에 달해 양측은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와 ‘국민건강수호위원회’를 각각 발족시켜 상대방의 불법의료행위 및 광고 등을 고소·고발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인 醫-韓간 관계가 새해에는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있다.
의료광고-영리법인 허용놓고 찬반논쟁 가열
지난 10월 헌번재판소가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 규제조항인 제46조 제3항에 대해 ‘6:3’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에 복지부는 법률개정 전까지 활용할 의료광고 지침 작성작업에 들어갔으며, 일부 병·의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TV 및 라디오 광고 초안제작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쪽에서도 의료광고 허용문제가 활발히 현재 국회에서는 유필우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료광고 대폭 완화’ 법안심의가 진행 중이며, 내년 초에는 새로운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제주도 영리법인 허용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회-의료계-시민단체간 큰 마찰을 빚었다.
결국 정부는 제주도 내에 외국 영리법인만 허용하고 국내병원의 영리법인 설립 및 건보적용을 배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영리법인 허용 문제는 의료시장 개방문제와 맞물려 2006년에도 의료계의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개원가 장기불황…탈출기미 안보여
올해도 의료계는 전반적인 경제불황과 함께 양극화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열악한 경영여건은 개원가에 태반주사, 지방흡입 등 인기 비급여항목에 대한 처방 증가와 과다 경쟁으로 인한 진료영역 파괴 등으로 표면화됐다.
특히 이 같은 현상들은 영역다툼으로 확대돼 차후 양·한방 갈등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으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성형·비만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지속됐다.
또한 이러한 영역확장 움직임은 과목에 대한 개명 움직임으로 가시화 됐다. 특히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각각 소아청소년과, 여성의학과 등으로 개명을 통한 진료영역 확장 움직임을 보여 다른 과목의 반발을 샀다.
소아청소년과로의 개명은 내과학회의 극심한 반대로 좌초위기에 놓였다가 법개정이 재추진 중이며, 산부인과는 저출산, 의료소송 등으로 인한 경역악화를 의료계 대내·외에 홍보하는 한편 진료영역 확대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약대6년제 파동…’전면 휴업’까지 결의
복지부는 올 여름 수 차례의 공청회 파동을 거친 끝에 약사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약학대학은 앞으로 ‘2+4’학제로 개편되며, 오는 2009년부터 시행 될 예정이다.
의협은 이와 관련 1인 시위, 공청회장 점거농성과 집회를 갖고 회원들의 찬반투표까지 실시해 집단휴진을 결정했으며 현재 시기와 방법의 결정만 남겨 논 상황이다.
의료계는 약사들의 임의불법 진료 우려와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약대 학제 개편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약대 6년제 추진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약대 학제개편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끝까지 관련법안의 입법을 저지할 뜻을 밝혀 아직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황우석 쇼크…전국민이 눈물 흘리게
올해 5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했다. 이 연구성과에 힘입어 10월 서울대병원은 세계줄기세포허브를 개설해 세계인의 시선이 다시 한번 집중됐다.
하지만 11월 황 교수팀이 2004년 줄기세포연구를 실시하며, 연구원의 난자 및 매매된 난자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윤리문제가 불거졌다.
동시에 젊은 과학자와 언론에 의해 줄기세포 존재유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세계인의 부러움과 시선은 의혹의 눈초리로 변했다.
결국 서울대는 이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일주일간의 조시결과를 담은 중간활동보고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고의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사결과 황 교수팀이 제시한 줄기세포 11개의 데이터는 단 2개의 줄기세포 데이터를 조작해 나타나 국내 과학계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강행…의학교육은?
의학교육 체계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등 주요 의대는 전환을 강력하게 거부해 왔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10월 ‘제2단계 BK21’ 사업을 발표하며, 사실상 의학전문대학원만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서울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연세의대도 전환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서울대는 완전전환이 아닌 현 2+4제를 50% 유지하면서 전환하기로 했으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교육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전환을 공식 선언한 대학은 가톨릭의대, 강원의대, 고려의대, 동아의대, 영남의대, 조선의대, 중앙의대, 전남의대, 제주의대, 충남의대 등이다.
2002년 전환을 결정한 가천의대, 경희의대 등을 비롯해 전국 41개 의대 중 절반 이상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의료인 도덕성 논란 도마위
올해는 유난히 의료관계자들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월 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의사가 아닌 의료기판매업자가 의사를 대신해 지방흡입수술을 했으며, 시술하는 동안 수술집도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의사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하면서 ‘실습’까지 시켰다고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의사의 인격 침해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양심을 내팽개친 의사와 상술에 눈 먼 의료기판매상의 ‘불법 지방흡입수술’ 현장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5월에는 대구의 한 간호조무사가 신생아 학대장면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개인 홈피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국민들은 신생아에게 감염 등이 우려되는 학대사진을 찍은 사람이 간호사였다는 것과 그 이유가 자신의 홈피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서 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의정부지검은 지난 12일 필로폰을 상습복용한 김모씨 등 의사 3명과 전직 병원 사무장 등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필로폰 복용장소가 서울 모 병원 의국과 연구실로 드러나 충격이 더 컸다.
의료시장개방과 국내병원의 거듭나기
올해는 제주특별자치도 시행을 위한 특별법으로 해외 영리법인 병원설립이 가능해 지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됨에 따라 본격적인 의료시장 개방의 시발점을 맞았다.
시민단체, 병원계 등을 비롯한 각계의 강력한 반대와 우려에 따라 결국 제주특별자치 특별법은 건강보험당연 지정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속속 외국 유명병원 유치에 대한 계획이 발표되면서 의료시장개방은 가속화 국면을 맞았다.
이에 병원계에서는 의료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최근 내·외적 환경변화로 인한 병원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에 대한 규제완화 및 세제개선 등 혁신적인 정부의 정책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병원계는 의료시장개방에 앞서 병원의 전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병원규모의 초대형화보다 적정병상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국내 병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모색했다.
한편 제도적으로는 *상대가치수가체계 개선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개선 *병·의원 기능의(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을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꼽고 제도개선을 추진중이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도입의 필요성을 정부에 피력하고 미국, 중국 등 국내병원의 해외진출 사례를 연구하는 등 ‘생존경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약품 10조원 시대진입과 국내제약사의 마케팅 회복
올해 의약품 등 생산규모가 10조452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완제의약품운 8조7795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의약품 등 생산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1.3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성장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내년의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또한 하반기 이후 심이지장궤양 치료제 ‘레바넥스(유한양행)’가 지난 9월 국내신약 9호로 시판이 허가됐고,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동아제약)’가 11월 국산신약 10호로 잇따라 허가됨에 따라 국산신약 개발시대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물질인 항궤양제 ‘일라프라졸제제(일양약품)’가 유망신약으로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아 미국 TPA사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으로 4400만불을 지급받기로 계약 하는 등 그 동안 국내용에 머물던 국산신약의 위상과 경제성이 한층 제고된 한해였다.
100/100 삭제, 의료수가 첫 자율협상 성공
전액본인부담항목이 내년부터 폐지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100/100(전액본인부담항목)를 내년부터 폐지하는 한편 심장 및 뇌혈관 질환 수술 시 본인부담률이 10%로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100/100항목의 급여·비급여 전환이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전액본인부담항목으로 환자가 과다한 부담을 지는 경우는 없어질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의약 5단체는 수가협상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15일 최초로 양측합의에 의한 수가계약을 성공시켰다.
협상 초기에는 가입자 단체가 공동 연구용역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해 합의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무자회의가 진행되면서 10% 이상 차이나던 양측의 제시안이 1% 대로 격차가 줄었고, 양측 모두 올해는 반드시 수가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공동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성공했다.
합동취재 정리 : 강희종·김도환·장영식·류장훈·조현미·백승란·김영수·김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