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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방 뇌파계 사용 판결, 반드시 바로 잡을 것”

대한신경과학회 이병철 이사장 인터뷰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신경계 질환 발병률과 유병률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 노인신경계질환으로는 뇌졸중, 치매, 노인뇌전증, 파킨슨 병 등이 있다.


본지는 11월 4일부터 5일까지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35차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신경과학회 이병철 이사장을 만나 학회 현안과 이번 추계학술대회 의미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철 이사장은 먼저 한방의 뇌파계 사용 문제에 대한 학회 입장을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8월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치매를 진단 및 치료한다는 광고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면허정지가 부당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었다”며 “고법의 판단기준은 뇌파계 검사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고 자동 판독 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학회는 파킨슨·치매가 근본적으로 뇌파계로 진단할 수 없는 병이며 부적절한 뇌파계 사용으로 파킨슨·치매를 진단할 때 발생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잘못된 판결이라는 주장”이라며 “향후 의협, 정신건강의학회 등과 함께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로 잡아질 수 있도록 강력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 이번 판결은 복지부의 면허정지가 부당하다는 의미이지 한의사가 뇌파계로 파킨슨·치매를 진단 및 치료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SSRI 처방, 전문재활치료 등 불합리한 보험 급여 규정 철폐를 위해 학회가 지속 노력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이사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류를 이루는 우울증약인 SSRI는 매우 안전한 약”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SSRI를 정신과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우울증환자는 과소평가 돼 있고 최소한의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뇌졸중, 뇌전증, 치매, 파킨슨 병 등과 같이 뇌질환을 앓고 있는 신경과 환자들은 우울증에 취약하다”며 “이에 학회는 뇌질환에 관련된 경미한 우울증 치료만이라도 신경과에서 할 수 있도록 SSRI 보험 급여 제한을 완화시켜 달라고 수년 동안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문재활치료에 대해서는 “뇌경색 환자 등에서 초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것은 상식이며, 최근에는 치매 환자에게도 인지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많다”며 “그러나 핫팩, 적외선 등 일부 물리치료를 제외하고 뇌경색, 치매 환자 등에게 필요한 신경재활치료나 인지치료, 작업치료 등을 신경과 의사는 행할 수 없도록 보혐규정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학회는 이러한 불합리한 보험규제를 철폐하고자 복지부, 심평원 등과 꾸준히 협의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병철 이사장은 학회의 또 다른 현안으로 아세아-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 차기학술대회가 오는 2018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꼽았다.


그는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아-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에서 대한신경과학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범석 교수가 차기 회장으로 당선됐고, 2018년 차기학술대회 개최지를 서울로 유치했다”며 “이는 1996년 개최 이후 2번째 유치로 대한신경과학회의 높은 위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신경과 역량강화- 지식, 술기, 소양 향상’라는 말로 요약했다.


이 이사장은 “대한신경과학회 학술대회 추진방향은 신경과학의 각 전문분야 학회와의 협조를 통해서 신경과의 각 세부 분야 교류 증진 및 융합 학문의 발전 도모”라며 “또한 전공의 및 젊은 전문의를 대상으로 표준 및 기초 지식뿐만 아니라 실기 및 소양 교육을 통한 실제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적 있는 신경과의사를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대한신경과학회의 위상 증진 및 유대 관계 확대를 위해서 국제적 네트워크 확대, 학술대회 형식의 국제화 등을 도모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대한신경과학회는 2016년 추계학술대회부터 기존의 세부 분과별 프로그램 형식을 지양하고, 학회 회원의 교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인터랙티브 워크숍 세션을 구성해 통합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프로그램으로는 신경과와 내과의 경계영역, 일반신경과의사를 위한 신경영상, 근골격계 질환 치료, 응급 질환 치료 등을 개설해 학회들에게 실제적 응용 지식 및 술기를 전달했다.


또한 전공의들을 위한 기초 지식 함양 프로그램으로서 신경병리학과 신경해부학 강좌를 개설했고, 학회 회원들의 학문 외 기본적인 소양 증진을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강의도 열었다.


또한 이번 학술대회는 여러 유수의 강사들을 초청해 신지식을 접하고 학문적 교류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이 이사장은 “특별강의인 ‘유당 명효진 선생 기념강의’에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의 서유헌 교수를 초빙했다”며 “신경초음파, 이상운동질환, 뇌전증, 뇌졸중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외국 연자들의 특별 강의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세부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세션과 업데이트, 증례 토론, 비디오 토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회원들에게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이러한 세션들은 시간마다 영어 세션으로 진행해 해외 연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학회원의 국제적 역량 증가를 도모했다”며 “신경중재학 영역, 수술중신경집중감시 영역 등 각종 연구회 등 소규모 모임에 대한 물적, 인적 지원을 제공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