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제63회 정기대의원총회가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소재 대한약사회관 동아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13명의 국회의원과 11명의 보건의료단체장 및 유관단체장들이 참석하여 그 어느 때보다 열띤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편의점판매의약품 확대 및 화상판매기 도입 계획’에 대한 거센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대한약사회를 인식해서인지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의 참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참석한 국회의원은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을 필두로 김상훈, 김상희, 김순례, 김승희, 나경원, 남인순, 송석준, 오제세, 원유철, 윤종필 전혜숙, 정춘숙(가나다 순) 의원이 참석하였고, 보건의료단체장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최남선 대한치과의사협회장,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장, 홍정용 대한병원협회장,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이행명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황치엽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김한기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 문애리 대한약학회장, 이상석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참석하였다.
한국제약협회장 취임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점을 못내 아쉬워 한 원희목 총회의장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회장 인사에서 약사직능 본연의 목적과 사회소명 강조하며, 편의점의약품 품목 확대 발표에 대해 약사들만의 분노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어야 한다며, 편의점의약품 확대는 ‘국민 학대’이며 약사직능 본연의 목적인 국민건강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 의원의 축사였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편의점판매의약품 확대 및 화상판매기 도입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입장에 적극 공감을 표했다. 안전이 편의보다 먼저임을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의약품 안전이 편의보다 우선되야 한다고 밝히며, 일반 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한 개인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격오지에나 필요한 화상판매기는 쉽게 약국을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상황과 맞지 않아 발상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고 전해 대한약사회 대의원들의 뜨거운 공감을 받았다.
이후 이어진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축사엔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통된 가치 공유를 강조하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자세한 정부의 입장 언급은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각 국회의원들의 축사가 이어졌고, 그중 전혜숙 의원은 약사 의원답게 제약사의 의약품 반품수거 등 현재 약사들이 겪고 있는 제도적 어려움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첨예한 사항들에 대해 언급하여 대의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수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만큼 긴 축사가 끝나고 정회 후 대한약사회의 ‘편의점판매의약품 확대 및 화상판매기 도입 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열띤 분위기와 단합된 태도로 일관하던 대한약사회 총회는 2부 본격적인 성원 보고 이후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총회 초기 원희목 총회의장의 부재로 문재빈 부의장이 대행으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대의원들의 합의로 문재빈 부의장을 의장으로 추대했고, 공석이 된 부의장 1석에 대해 문재빈 의장에게 선임을 위임, 문재빈 의장은 대구광역시 지부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양명모 대의원을 부의장으로 지명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당초 집행부가 예상했던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안건이 166명의 대의원 서명을 받아 긴급 동의안으로 상정되며 총회는 파행의 급물살을 탔다.
대한약사회 회장선거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를 외치며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등 선거비용 절약과 투명성 재고를 위해 새로운 선거관리 특위 구성을 요구한 긴급 동의안 안건이 상정된 것이다.
이에 현 선거관리위에서 현행 그대로 유지하자는 개의안 안건이 제기되어 현장에서 상정되며 총회 진행에 급제동이 걸렸다.
결국 기나긴 의사결정 발언이 끝난 후 표결에 들어간 결과, 개의안 30명, 동의안 97명으로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가 안 된 정족수 미달로 두 건 모두 폐기되었다.
이후 시간을 지체한 총회는 지방 대의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자 본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도 전에 정족수 미달로 회의 성립 요건이 안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본 안건을 다시 다루기로 임의로 합의하고 문재빈 의장은 폐회를 선언했다.
이로서 2017년도 사업계획 심의와 예산 심의 또한 임시대의원총회로 미뤄져 현 집행부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산재한 대한약사회의 과제를 생각해 볼 때 조만간 다시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릴 것이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