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선택진료비 폐지’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개정 여부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병원계에서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체 병원 진료 중 선택진료의 비중이 높은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들은 아직 법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체로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선택진료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고려할 때 오히려 선택진료제는 병원들이 감수하고 있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선택진료제 자체에 대한 폐지가 아닌 의료법 중 선택진료비에 관한 내용만 삭제하는 것으로, 선택진료제는 유지하되 진료비에는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제37조의2(환자의 진료의사의 선택)에서 ‘환자 또는 그 보호자는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또는 요양병원의 특정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를 선택해 진료하는 것’을 선택진료로 정의하고, 이 경우 *그 의료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1항).
또한 *선택진료를 받는 환자 또는 보호자는 선택진료의 변경 또는 해지를 요청할 수 있고(2항) *의료기관의 장은 선택진료를 하게한 경우에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추가비용을 징수할 수 없으나(3항) *단 의료기관의 장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선택진료를 하게 하는 경우 추가비용을 징수하되(4항) *의사의 자격요건·진료항목·추가비용 산정기준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5항) 규정하고 있다.
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바로 의료법 이중 4항과 5항을 삭제하는 부분이다.
현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선택진료비에 따른 추가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해 옴으로써 같은 병원 내에서도 의사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본 논리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반 의사를 선택한 환자에게는 건강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의사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원들은 ‘앞뒤가 뒤바뀐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즉, 선택진료 항목 자체는 과거 정부가 당초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병원들의 보상차원에서 도입했던 제도인 만큼, 이제 와서 단순히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된다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 선택진료비는 복지부가 수가 보상차원에서 의료기관을 달래는 수준으로 시작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선택진료비를 없애게 되면 병원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흉부외과의 경우 6~7명의 의료진이 6~7시간동안 수술을 하더라도 진료행위에 따른 수가는 현실적으로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의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저수가’라는 채찍과 ‘선택진료’라는 당근을 써왔다”고 꼬집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선택진료비를 받는 것이 꼭 말도 안되는 비용을 환자들에게 받아내는 것처럼 보이고, 또 선택진료비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소득원을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며 “이는 애초 정부가 보장성 확대 및 재정 안정화를 위해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가를 책정한데 따른 것으로, 병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폐지 여부가 아니라 적정수가를 통한 수가현실화”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이 확정·시행될 경우 사실상 선택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특정 의사의 환자쏠림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형병원 관계자는 “개정안 대로라면 소위 스타교수에 대한 진료비가 일반 진료비와 같아지게 돼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 극심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의료의 질 측면에서는 좋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선택진료의 경우 경력 10년 이상의 의사에게나 주어지게 되는데 경험 정도가 명백히 다른 모든 의사에 대한 진료비가 같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우리 병원의 경우 펠로우와 레지던트를 제외한 의사들이 대부분 선택진료에 해당하는 의사라는 점에서 병원경영 측면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절차상 여유가 있어 병원계의 이 같은 주장이 아직 표면화되고 있지 않지만, 선택진료비 자체가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병원 경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병원계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