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약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윤리경영’이다. 제약산업이 4차혁명 속 국가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늘어가는 국가의 보건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산업으로 대두되며,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 요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리베이트’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며, 이러한 국가의 제약산업 육성 요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대행사)를 악용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와 우려감을 표명을 발표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5월 30일 이사장단회의를 열어 제약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훼손시키는 CSO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자정노력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CSO의 리베이트 행위가 윤리경영 확산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제약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약산업의 리베이트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부터다. 이후 정부는 2011년 4월 정부합동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출범시켰으며, 2015년 2월에는 서울서부지검에 식품의약품조사부를 신설하며 전문 수사조직을 상설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 정책이 시작되고 이윽고 2014년 7월에는 품목당 5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요양급여 정지 및 퇴출 제도’인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적용됐다.
정부는 그 이후에도 처벌 대상 및 범위 확대를 통한 규제 강화, 청탁금지법 시행, 법정형 상향 등 최근에는 지출보고서 작성, 보관, 제출 의무 도입(2018년부터)을 통해 강력한 제약산업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집계된 리베이트 관련 제재처분 현황은 99개 제약사와 20개 의료기기사가 쌍벌제 적용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37개 의약품 도매상이 형사처벌을, 그리고 18,000명 이상의 의사/약사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A사의 의약전문지를 통한 불법 리메이트 제공이 적발되어, 식약처가 9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업무 정지와 33개 품목의 판매업무 정지에 갈음한 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보건복지부는 9개 품목에 대해 6개월의 보험급여 정지와 33개 품목의 보험급여정지에 갈음한 5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사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6개 의학저널을 통해 학술좌담회 등의 활동 명목으로 의사에 26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약사법 위반)하고, 사전 모의를 통한 해외학회 참가 지원(공정거래법 위반)을 제공한 혐의다.
이렇게 과거에는 학술활동의 명목을 통한 리베이트가 이슈였다면, 최근에는 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대행사)를 통한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되며 그 양상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언론을 통해 B병원에 연루된 상당수 제약사들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CSO를 통한 리베이트 가능성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당초 5곳의 도매업체가 수사 대상이었지만 수사는 29개 이상 제약사로 확대됐고, 결국 대부분의 제약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후 제약사가 도매상에 제공하는 할인이 의료기관에 대한 리베이트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정부의 관심이 확대된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복지부는 “CSO를 통하여 경제적 이익이 제공된 경우에도 그 권원은 피대행자인 제약회사로부터 발생한다”는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CSO를 통한 리베이트 규제 강화에 물꼬를 튼 것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더욱 강화된 리베이트 처벌법과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존폐가 걸린 윤리경영 방안을 자체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6일 메디포뉴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예로, 종근당은 2008년 도입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을 보완하여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구축, 공정거래 문화의 확산,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시스템 강화를 꾀하고 있다.
실시간 감시 시스템은 제품설명회, 법인카드 실시간 결제내역 확인, 공직자 제공 금품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 정보보호 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 중이며,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CP관련 온라인교육 시스템 도입, CP인센티브 확대 등을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시스템에서는 익명성을 보장한 신고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고, 선택적 내부신고제도와 내부고발 포상금제도를 도입하며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협회가 공식적으로 업계의 자율 정화를 천명한 만큼 국내 회원사들의 윤리경영 방안 모색 노력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