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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의약품유통업계, “약자에 더 가혹한 갑질” 항의

일련번호, 의약품 직영도매, 유통마진 인하 등 연이은 펀치

의약품일련번호제 시행, 의약품 직영도매 의혹, 제약사의 유통마진 인하 등 의약품유통업계의 시름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7일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중소규모 도매업체들은 일련에 벌어지는 제도 변화와 이지메디컴의 유통업 침해, 그리고 제일약품의 판매대행 품목 유통마진 인하 등을 겪으며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구조로 유통구조가 변화되고 있음을 항의했다.


보건당국은 다가오는 7월부터 도매업체 대상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의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는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를 위해 최소포장 단위 개별 의약품에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생산부터 국민에게 복용될 때까지 전체 유통단계를 실시간으로 이력 추적하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의 유통업체들은 이미 시범기간 동안 제도 시행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과 인력을 구비하고 자체 사전 테스트를 마친 상태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도매상들은 여전히 늘어나는 업무와 인력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회사 존폐를 고민할 만큼 수심에 차 있다.


게다가 최근 다시금 불거진 이지메디컴 논란은 유통업계의 영역 침범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소규모 도매업자들의 좌절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당 의혹은 최근 의료기관 전자입찰 대행업체인 이지메디컴이 백병원의 조영제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이지메디컴은 전자입찰 대행 시장에 진출해 유통업계로부터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받으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관과 간납업체 간 직영도매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전 의원은 당시 서울대병원과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가진 이지메디컴의 주식 지분이 총 48.61%에 달해,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지메디컴의 전자공시자료를 보면 당시 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주주 상황이 현재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백병원 조영제 공급권 입찰 논란은 더욱 그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이지메디컴의 의약품 납품권 확보와 관련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강력한 대응방안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유통협회는 “이지메디컴이 그간 국공립병원의 전자입찰을 대행하며 누적한 입찰 정보를 이용해 백병원의 조영제 입찰을 딴 것이 아닌지, 그리고 추후 다른 의약품 입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유통업계로의 영역 확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유통협회는 이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추후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혜숙 의원이 지난 5월 12일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법인인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가진 경우, 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의약품 판매를 제한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유통업계가 바라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의원은 “현행법 기준인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지분을 ‘50퍼센트’ 이하로 보유하더라도 여전히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의약품 도매상으로 해금 의료기관 등과 독점적 거래를 하도록 강제하는 의약품의 불공정거래 행태가 발생해오고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유통업계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제일약품이 판매대행을 하고 있는 화이자와 룬드벡의 품목에 대해 유통마진 3% 인하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일약품이 국내 공급하고 있는 화이자와 룬드벡의 6개 제품은 6월 1일부로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유통협회는 “국내 유통업계의 유통마진 손익분기점은 평균 8.8%로 이 이하로 유통마진으로 수주를 한다면 도매업자에게 손해를 보라는 것”이라며, “특히 박리다매가 불가능한 소규모의 도매업자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일”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유통협회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유통업계의 빈익빈부익부를 더욱 가속화시켜 결국은 유통업계를 독과점 형태로 몰아갈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유통협회는 화이자와 룬드벡 국내지사에 공문을 보내 제일약품의 무리한 유통마진 인하를 규탄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을 요구했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해당 품목을 공급받지 못하면 요양기관과 더불어 결국은 환자로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약제를 공급받는 요양기관의 입장은 ‘강 건너 불구경’인 격이어서 유통협회의 바람대로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지원자 역할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수의 요양기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판매대행사와 유통업체 간의 알력다툼이며, ▲해당 품목이 공급 중단돼도 대체조제가 가능한 품목이라는 점을 들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결국 화이자와 룬드벡이 이 사태에 어느 정도 개입할지가 사태 해결의 중요한 ‘키’가 될 공산이 크다.


유통협회는 이에 대해 추후 화이자와 룬드벡 본사에도 동일한 항의 공문을 전달한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 이어질 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