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계가 제2의 의료게이트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대병원장 직선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직선제·간선제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 수정이 필요없다는 의견이다.
윤소하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은 19일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립대병원 공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병원장 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와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계 전문가들은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대통령 임명으로 선출되는 국립대병원장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의대 황상익 명예교수(제1·2대 전국교수노조 위원장)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증진을 위한 병원장 선출 방법 개혁에 대해 발표했다.
황상익 교수는 “백남기 농민 사망과 그 이후의 처리과정, 그리고 이른바 ‘비선진료’를 통해 우리나라 최고라는 국립대병원의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났다”며 “이를 몇몇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끝내면 안된다. 의료농단을 의료개혁과 공공성 증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 운영의 책임자를 선임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선임방식으로는 공공병원의 독립성 확보는 요원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에 바탕을 둔 정당한 리더십의 확립은 기대할 수 없다. 개선은 병원 구성원들에 의한 민주적 리더십의 건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건강과대안 이상윤 연구위원은 국립대병원 이사회 구성 개혁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상윤 위원은 “먼저 병원장 외에 병원 운영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2인을 실행이사로 포함해 비율을 높여야 한다. 병원장과 실행이사 2인은 내부 구성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한다”며 “정부 관료의 이사회 참여도 줄여야 한다. 기재부 교육부 차관은 당연직 이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치과병원장 대신 노조 추천 1인 임명, 경영대 교수가 아닌 보건대 교수 등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1인 임명, 타대학병원장이 아닌 지역사회 혹은 시민사회 대표 1인 임명 등 독립적 비실행이사의 비율도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이사 임명권자를 교육부 장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석한 토론자들도 국립대병원장 직선제 도입을 적극 요구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본래의 목적인 교육과 연구, 진료의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며 “민주적 거버넌스 논의는 서울대병원이 당면할 미래지향적인 과제의 도전을 이끌어나갈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와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진경 서울지역지부장은 “박근혜-최순실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서창석을 서울대병원장으로 임명했다. 김영재 의사 외래교수 임명, 성형외과 리프팅실 도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문제 등 서울대병원을 사적으로 휘둘렀다”며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국립대병원장 선출방식은 병원내부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방법으로 법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김진경 지부장은 ▲병원 이사회 구성에 노조 참여 보장 ▲구성원들의 병원장 해임건의안 발의 가능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폐지 ▲국립대병원 및 의료기관 의사성과급제 폐지 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교육부는 현재의 병원장 선출방식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최용하 사무관은 “현행 법률은 국립대병원 이사회의 추천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임명하고, 서울대병원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법은 완벽히 구현하고 있지만 실행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선제, 간선제 무엇이 바람직하다기 보다 내부적으로 합의해 정관을 고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예산운영의 효율화와 예결산 등 기재부 차관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국립대병원의 가장 큰 목적은 교육 연구이기 때문에 교육부 차관도 있어야 한다. 당연직에서 제외하는 것 보다는 이사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 장관에서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권자를 변경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부분은 복지부에서 관장해야 하지만 교육 연구부분은 교육부가 하는 것이 맞다. 하나의 사례로 전체를 호도하면 안된다”며 “공공보건을 중요하게 여겨 보건복지부 차관 또는 국장을 당연직 이사로 했던 부분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사무관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기관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경영평가를 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경평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의료수익이나 그런 부분은 전혀 없다. 공공의료 기여 역할, 내부구성원과의 의견소통수렴 같은 지표가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