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시장에서 발생하는 역지불합의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공정거래법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역지불합의의 위법성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기준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제약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법 가능성을 주지시키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8일 오후 3시 협회 4층 강당에서 '경쟁제한적 합의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약사들 간 특허쟁송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주지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경쟁제한적 합의의 유인 및 공정거래법의 제반 이슈(홍소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공정거래의원회의 제약분야 법 집행 동향(홍혜종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에 대한 주제발표와 ‘특허권자와 제네릭 제약사 간 성립 가능한 다양한 유형의 경쟁제한적 합의 및 이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 가능성’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역지불합의는 오리지널 제약사(특허권자)가 제네릭이 출시되면 약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제네릭제약사에 시장진입 지연이나 포기를 대가로 금전(다른 거래조건 포함)을 지불하는 합의를 의미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시장경쟁 효과(가격인하)가 사라지고 소비자(환자)의 후생이 저해되며 이로부터 얻는 독점이익을 합의에 참여한 주체가 나누어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알아본 역지불합의의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는 ‘GSK와 동아제약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을 들 수 있다.
해당 사건은 2000년에 발생한 GSK의 ‘조프란(오리지널)’과 동아제약의 ‘온다론(제네릭)’을 둘러싼 역지불합의 사례다.
GSK는 당시 세로토닌 길항제 계열 항구토제 시장의 48.5%를 점유하고 있던 ‘조프란’의 매출과 약가를 보전하기 위해 동아제약과 조프란의 제네릭인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조프란’의 국내 판매 및 공급계약, GSK의 또 다른 품목인 ‘발트렉스’의 국내 독점 판매 및 공급계약, 그리고 화해계약 등 합의를 진행했다.
GSK는 해당 합의로 인해 '조프란'의 경쟁 품목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약가인하를 회피했고, 동아제약은 GSK의 '조프란'과 '발트렉스'를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고 상당한 수준의 인세티브를 득함으로써 시장경쟁 교란 행위의 이득을 두 주체가 나누어 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아제약으로 하여금 국내에서 조프란을 거래하지 못하게 한 행위, 사업자의 자유로운 생산과 판매 활동 및 연구개발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부당한 합의로 판단하고 이런 행위의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후생 저해성을 인정해 시정조치와 GSK는 3,147만 원, 동아제약은 2,193만 원 이렇게 총 5,34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날 홍혜종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발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6년 3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개정하며 제약시장에서의 역지불합의에 대한 단속 기준을 공고히했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외형상 지식재산권의 정당한 행사로 보이더라도 그 실질이 지식재산권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제도의 본질적 목적에 반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또한 특허분쟁과정에서의 합의에 대해 ▲부당하게 시장진입을 지연하는 데 합의하는 등의 행위, ▲특히 합의 당사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합의의 목적이 경쟁제한과 관련되는 경우, ▲특허권이 만료된 이후의 기간까지 관련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특허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시장에서 관련사업자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경우, ▲분쟁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임을 합의당사자가 인지한 경우 또는 무효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에도 부당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