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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바야흐로 천연물의약품 수난시대

약가인하에 용어 삭제, 8월 나고야 의정서 시행까지 다가와

한 때 제약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며 정부 지원 등 화려한 시절을 보낸 천연물의약품 시장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천연물신약 4종의 보험상한가를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월 1일부로 ‘천연물신약’이란 단어 자체를 삭제하고, 천연물의약품의 허가 요건을 국제 규격 수준에 맞춰 제출 자료를 추가했다.


게다가 한국이 다음달인 8월 17일부터 생물자원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에 공정하게 나누도록 한 국제협약인 나고야 의정서의 당사국이 되며 의정서 이행과 함께 로열티 상승과 자원 수급 불안정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천연물신약 4종의 보험상한가를 9.9% 인하한 바 있다. 녹십자의 ‘신바로캡슐’(232원→209원)과 ‘신바로정’(233원→221원)이 각각 9.9%, 5.2% 인하됐으며, 동아에스티의 ‘모티리톤정’(154원→152원)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433원→411원)은 각각 1.3%, 5.1%가 인하됐다.


감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산 천연물신약을 우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신약 제품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높은 약가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신바로의 경우 화이자의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와 비교해 유효성이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쎄레브렉스보다 높은 약가를 받은 것은 부적정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또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활용한 광고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식약처는 한약(생약)제제의 경우 올해 7월부터 천연물신약을 사용한 새로운 표시ㆍ광고 행위를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천연물의약품을 판매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제약사는 광고에 ‘천연물신약’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간 ‘천연물신약’이 합성 신약과 효과는 대등하면서 부작용은 적다는 대중에 인식이 많아 중요한 광고 수단이 되어왔던 터라 천연물의약품 제조업체는 이번 조치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식약처는 "더 이상 기허가 한약(생약)제제 중 '천연물신약' 해당 여부를 판단,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천연물신약을 사용한 표시ㆍ광고 행위는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될 우려가 있다"라고 광고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의 별도 허가 요건을 삭제함에 따라 기존의 천연물신약의 허가 특혜도 사라지고 '성분프로파일 제출' 등 종전보다 엄격한 허가 요건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한약(생약)제제 추출물은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변경했다. 성분프로파일은 한약(생약)제제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자료의 패턴을 말한다.


식물, 동물 또는 광물로부터 제조된 한약(생약)제제는 다양한 화합물의 혼합물로 구성돼 함유된 화합물의 구조와 특성을 모두 규명하는 것이 어렵고, 각 성분과 약리활성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식약처는 한약(생약)제제의 품질관리는 주성분을 구성하는 특정한 지표성분의 함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합물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식약처는 이어 “미국, EU에서도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받고 있어 국제조화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약가 인하에 규제 강화까지 겪은 천연물의약품이 이번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월 나고야 의정서 시행일까지 다가오면서 제조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란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 자원을 상품화하려면 해당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익의 일부도 나눠야 한다는 국제협약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의정서가 채택됐고, 2014년 발효됐다.


한국은 지난 5월 19일 나고야 의정서 비준서를 유엔 사무국에 제출했고 제출일 기준 90일째인 오는 8월 17일부터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으로 편입된다.


나고야 의정서로 인해 한국의 생물자원이 보호 받게 되기도 하지만 국내 제약•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는 로열티와 특허료 지급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해외 생물자원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로열티 상승과 자원 수급 불안정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익 공유비율을 최대 3% 정도라고 가정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향후 부담해야 할 비용은 매년 600억~7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제약기업이 로열티를 가장 많이 지급해야 할 국가는 중국으로, 중국은 지난 3월 공개한 '생물자원 이익공유 조례'에 생물자원으로부터 얻는 이익의 0.5~10%를 추가 로열티로 납부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중국산 원료로 만든 의약품 매출의 최대 10%를 중국에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식약처로부터 천연물신약으로 제품으로는 SK케미칼의 ‘조인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과 ‘모티리톤’, 녹십자의 ‘신바로’, 안국약품의 ‘시네츄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 영진약품의 ‘유토마’ 등이 있다.


하지만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2014년 내부적으로 전담팀을 꾸려 일찌감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알려진 일부 제약사조차도 거시적인 대응책만 마련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미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천연물의약품 제조사 관계자는 “자사의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의 대부분이 중국의 생물자원이지만 중국이 '생물자원 이익공유 조례'를 발표했다고는 하지만 지역별 기준이 상이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발표되지 않아 현재까지 뚜렷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대책 마련이 미비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과 한국바이오협회가 기업 13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고야 의정서 이행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0.7%에 불과했다.


또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4월과 5월 바이오산업계 종사자 250명을 대상으로 나고야 의정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6.7%에 그쳐 업계 당사자들조차 의정서에 대한 인식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생물자원 제공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며, “의정서 이행에 앞서 해당국의 생물자원 관리 법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