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실적의 90%가 항바이러스 제품으로 구성된 길리어드가 최근 주력 분야인 C형간염 치료 시장의 경쟁품목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 실적 또한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길리어드가 공시한 2017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 판매실적은 64억 달러로 전년 동기인 2016년 3분기 74억 달러와 비교해 10억 달러(약 1조 원)가 감소했다.
이는 지난 1~3분기 총 판매실적을 비교한 결과와도 동일한데, 2017년 1~9월 동안 198억 2,5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인 227억 3,700만 달러보다 약 29억 달러(약 3조 원) 감소한 수치로, 매 분기마다 10억 달러씩 판매실적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추해 본다면 길리어드의 2017년 총 판매실적은 2016년보다 40억 달러(약 4조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에서만 45억 달러로 전년 동기인 51억 달러보다 6억 달러 감소했으며, 유럽에서는 12억 달러로 전년 동기인 14억 달러 대비 2억 달러 감소, 그 외 다른 지역에서는 6억 6,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인 9억 3,100만 달러 대비 2억 6,800만 달러 감소했다.
제품군으로 살펴본다면 HIV, HBV, HCV를 포함하는 항 바이러스 제품군의 3분기 판매실적이 58억 달러로 전체 실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도 3분기 항바이러스 제품군의 판매실적은 68억 달러로, 3분기 길리어드 판매실적의 감소분 10억 달러와 동일하다.
하지만 HIV와 HBV 제품군의 3분기 실적은 36억 달러로 전년 동기인 35억 달러와 비교하면 오히려 1억 달러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길리어드는 TAF (tenofovir alafenamide) 기반의 제품들, HIV치료제 ‘젠보야’와 ‘데스코비’ 그리고 오데프세이의 매출 증가 덕분이라고 전했다.
반면, ‘하보니’와 ‘소발디’, ‘엡클루사’와 ‘보세비’로 구성된 HCV 제품군의 3분기 실적은 22억 달러로 전년 동기인 33억 달러 대비 10억 달러의 감소를 기록했다. 사실상 길리어드 매출실적 감소가 온전히 C형간염 제품군에서 발생한 것이다.
길리어드는 C형간염 제품군에서의 실적 감소에 대해 주요 시장에서 ‘하보니’와 ‘소발디’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2016년 6월과 7월 ‘엡클루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되고, 2017년 7월 ‘보세비’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되어 그 매출실적이 어느 정도 ‘하보니’와 ‘소발디’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긴 했지만,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길리어드가 예전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길리어드는 판매실적의 약 70%를 미국시장으로부터 얻고 있다. 미국시장에는 이미 길리어드 외에도 MSD와 애브비의 C형간염 치료제들이 재빠르게 시장 점유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애브비의 신품목 ‘마비렛’이 최근 미국시장에서 기존 ‘비키라/엑스비라’의 절반 가까운 약가로 출시되며, C형간염 치료제 최저가를 필두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길리어드의 재기를 더욱 요원하게 하고 있다.
‘마비렛’은 유전자형 상관 없이 치료기간은 4주나 단축시켰고, 가격 또한 타 치료제 대비 현저히 낮아 미국시장 판세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C형간염 신제품들이 많다. 글로벌 제약사에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시장에서는 시장 선점과 약가가 최대 관건일지 몰라도, 한국과 같은 작은 시장에서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뜩이나 작은 시장 규모에 완치가 가능한 C형간염의 특성상 진단된 환자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어 신제품 도입의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들어 C형간염의 국가검진 필수항목 도입에 대해 간질환 의료전문가들과 학회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도입 여부가 언제쯤 결정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고, 훗날 국가검진 필수항목에 도입되어 숨겨져 있던 70%의 환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각 제약사들은 신제품 도입을 포함해 영업∙마케팅 전략을 재개편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길리어드가 한국시장에 ‘엡클루사’와 ‘보세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저 작은 시장 규모 탓인지, 훗날을 위한 전략적 유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나날이 경쟁자가 늘어가는 C형간염 시장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