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을 예방하는 유일한 백신'인 자궁경부암 백신이 무료 접종되고 있음에도 접종률이 절반에 그치는 가운데, 접종 기피 이유를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인유두종바이러스·HPV)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해 만 12세 여성청소년에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접종률은 낮은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백신 접종률이 50~60%로 보고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미미한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팀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9~14세의 여성청소년 보호자 140명을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생각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보호자 중 99명(70%)은 자녀의 예방접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으나, 나머지 41명(30%)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반응의 이유는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20.49%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인식 부족' 18.44%, '자녀가 위험군에 속해있지 않는다는 생각' 3.7%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보호자 중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예방접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HPV에 대한 지식 및 자궁경부암과 HPV의 관련성을 정확히 알고 있을수록 예방접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지했다.
박 교수는 "보호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SNS 등을 통해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 정보를 얻고 접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백신과 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으면 오히려 접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는 2013년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의해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오며 제기됐지만, 곧 해당 증상과 백신과의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 도입 이후 사망 · 장애 등의 중증 이상반응 신고는 1건도 접수되지 않았으며, 접종부위 통증 등 비교적 경미한 이상 반응은 10만 명당 7.3명 수준으로 매우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예방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 위험은 독감 백신보다 낮은 수준의 안전한 약"이라며, "우리 국민이 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 전문가 집단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대한의학회 SCI 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1월호에 실렸으며, 지난 10월 개최된 아시아-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 및 종양 연구기구 학술대회 (AOGIN: Asia Oceania research organization on Genital Infections and Neoplasia)에서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