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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마녀사냥식 처방률 공개, 문제 많다”

명단포함 병의원들 “억울”…해명자료 등 배포

[의료계 반응]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항생제 처방률(상기도감염)이 높은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상·하위 의료기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소신진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명단공개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개원가 반응>
 
9일 개원가에 따르면, 처방률이 낮은 10개 의료기관 명단에 속한 의료기관들은 대체로 이번 명단발표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이지만 처방률이 높은 의료기관들은 “타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마녀사냥식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소신진료에 대해서는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자료에서 상기도감염에 대해 항생제 처방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난 부산의 D의원 원장은 “정부가 항생제를 많이 쓰는 의료기관을 발표하든 안하든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쓸만하면 쓰고 쓸 필요가 없으면 안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낮은 처방률을 보인 S내과 원장은 “명단 공개는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고 기본입장을 밝히고 “잘 관리되는 환자가 엉뚱한 약으로 악화되는 사례 등의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전의 C내과 원장의 경우도 “항생제를 투여해야할 환자가 없을 경우는 당연히 처방률이 낮을 수 밖에 없고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가 많으면 당연히 처방률도 높은 것”이라며 “그것은 경우와 환자 특성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10개 의료기관에 포함된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자료발표 결과 항생제 처방률이 97%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진 경기도의 P내과 원장은 “항생제 처방률 기준이 25%로 돼 있는데 26%와 25%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환자들이 항생제 처방률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병원이고 처방률이 높으면 무조건 나쁜 병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질 수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 지역에는 대규모 가구공단이 있고 외국인 환자도 많아 천식환자가 많다”고 강조하고 “염증 완화차원에서 항생제를 쓰는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즉, 지역·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처방률이라는 기준에 따라 병의원들을 분별할 경우 ‘숫자놀음’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K내과 원장은 “의원이 시골에 위치해 있어 만성감기 환자나 폐렴으로 전이되는 등 2차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환자가 빨리 낫기를 원하는 면도 있긴 하지만 처방을 독하게 해달라고 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항생제 처방이 소신진료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의료기관 명단 공개에 대해 의사의 인권적인 측면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소아과 원장은 “정부의 의료기관 조사 발표는 인권보장에서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가에서 의사면허를 부여했으면 소신진료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데 오히려 면박을 주자는 것이냐”며 공개 의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급 반응>
 
한편 투여량 상위기관으로 집계된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아직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고 있지만 수도권 중심의 몇 몇 대학병원들은 이번 통계가 종합병원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항생제 투여량이 많은 병원 10곳 중 하나로 지목된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대형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경우 감기를 통한 합병증 감염이 많이 때문에 항생제 처방의 높고 낮음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해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성모병원은 “종합전문요양기관이자 특히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운영해 백혈병 및 혈액종양환자가 타병원 보다 훨씬 많은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면역기능이 떨어진 이들 환자들은 치료과정 중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높이 나타나므로 부득이 감기 등 급성상기도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식적인 입장을 준비 중인 한 지방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를 대부분 소화해내고 있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통계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회장 유태전) 및 소속 전국 병원장들은 9일 성명을 내고 “전체 감기환자 가운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불과하고 다수가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중증환자”라며 “이번 조사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의학적 적정성과도 무관하므로 병원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류장훈·조현미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