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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국내 고셔병 환자의 절반은 ‘신경형’, 개발 과제될 것!

비신경형의 경우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가능성 열려…

특정 효소(glucocerebrosidase, GCB)의 결핍으로 세포 내 당지질(Gb1)이 축적돼 신체 조직과 장기에 진행성 손상을 일으키는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 중 하나인 ‘고셔병’.


전 세계적으로 비신경형 환자가 신경형 환자 대비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고셔병 환자들의 유병률은 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아산병원 유전의학과 이범희 교수는 서양국가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에서 유독 신경형 고셔병 환자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범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고셔병은 일반적으로 비신경형과 신경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신경퇴행 증상이 없는 비신경형 고셔병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 가능하며, 유병률은 5만 명당 1명(유태인의 경우 500명당 1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신경형 고셔병의 경우 사망 위험이 높은 급성과 만성형으로 나뉘며, 영아와 소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유병률은 10만 명당 1명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평균 유병률을 살펴볼 때 비신경형이 신경형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신경형 고셔병의 유병률이 평균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범희 교수는 “한국인 고셔병 등록 환자는 약 70여 명으로 절반은 비신경형이며, 나머지 절반은 신경형으로 현재는 약 50여 명이 생존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며, “특히 한국인에서는 유아기부터 발병하는 등 발병시기와 진행속도가 빠르고 심한 임상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개발된 고셔병 치료제가 비신경형 위주의 치료제라는 것. 1980년대를 시작으로 개발된 고셔병 치료제들은 최근 효소대체요법에 이르기까지 고셔병의 치료가능성을 꾸준히 높여왔다.


고셔병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효소대체요법은 고셔병 환자에서 부족한 효소를 투여해 당지질 축적을 막는 기전이며, 이를 통해 고셔병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제 또한 예전 동물세포 기반 치료제에서 최근 인간세포 기반 치료제까지 개발되며 효과와 안전성이 향상되어, 비신경성 고셔병의 경우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시작한다면 일상적인 삶이 가능한 수준까지 온 것이다.


인간세포 기반 치료제는 체내에서 자연 생성되는 효소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동물세포 기반 치료제보다 세포 내 흡수도 잘될뿐더러 항체 형성 면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셔병의 경우에는 평생 치료제를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불내약성과 안전성이 중요한데, 최근 개발된 인간세포 기반 치료제가 이런 부분까지 충족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개발된 인간세포 기반 고셔병 치료제인 ‘베라글루세라제 알파’의 경우 지난 20년간 사용되어 온 동물세포 기반의 ‘이미글루세라제’ 대비 높은 안전성을 입증했다.


2013년 발표된 두 약제간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분석한 Head-to-Head 연구에서 ‘이미글루세라제’ 투여군의 항체형성율이 24%(17명 중 4명) 을 보인 반면, ‘베라글루세라제 알파’ 투여군에서는 0%(17명 중 0명)로 나타나 안전성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이미글루세라제’로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에 ‘베라글루세라제 알파’로 약물을 스위칭한 경우에서도 동등한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이미글루세라제 치료경험이 있는 40명의 고셔병 환자에서 동일한 용량의 ‘베라글루세라제 알파’로 치료제를 전환한 후 주요 임상지표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전환 51주차에 비장의 부피가 5.6% 감소했으며, 간 비대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전환 53주차에는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0.1g/dL 감소하고 혈소판 수는 7.0% 증가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5년간 ‘베라글루세라제 알파’ 투여 환자에서 항체 형성 반응이나 약물과 관련된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없었으며, ‘이미글루세라제’ 사용 시와 동등한 치료효과를 유지했다.


이범희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은 장기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일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내원해 전문의와 함께 치료효과나 이상반응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베라글루세라제 알파’ 치료의 투약시간 단축 가능성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되며 향후 고셔병 환자의 효소대체요법 편의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은 비신경형 증상 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향후 신경형 치료법의 개발이 절실함을 설명했다.


고셔병으로 인한 신경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의 뇌내 흡수가 필수적이지만, 효소는 뇌내 흡수가 어려워 효소대체요법으로는 신경 증상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


이범희 교수는 “고셔병 치료법 중 뇌내 흡수가 용이한 샤프론 제제의 경우, 일본의 연구에서는 꽤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내 연구에서는 그만큼의 증상 완화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범희 교수는 “현재 고셔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효소대체요법으로 뇌내 진행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해결이 가능한 수준”으로 “신경형 고셔병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향후 과제는 신경형 환자의 치료법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