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가 산부인과 전공의 수급해결책으로, 늦어도 2008년부터 시행하려던 ‘n-3 전공의 인원감축 방안’이 병협과의 마찰로 더욱 미뤄질 전망이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이 같은 전공의 감축 방안은 이미 지난해 학회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돼 이르면 2007년부터 도입할 방침이었으나 병협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차를 보여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한병원협회의 경우 현실상 대형병원보다 중소병원의 입장이 반영되고 있어, 전공의 채용을 통한 인건비 축소를 원하는 중소병원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번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학회 강재성 수련위원회 위원장은 “산부인과 전공의 축소안은 지난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서 이미 통과됐다”고 밝히고 “하지만 병협이 정책적으로 협조한다는 전제아래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학회 남주현 이사장도 “병원이 스텝을 많이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전공의 수를 줄이는 반면 전공의 수준은 높인다는 취지에서 고안됐다”고 설명하고 “현재 2년동안 유예기간을 정해놓고 있지만 병협과 복지부의 협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이사장은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을 정할 때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도출한 적정 전문의 수를 제시하며 병협측에 강력히 항의를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병협 업무는 사실상 중소병원이 좌지우지 하고 있는 만큼, 병협으로서도 전공의 인원을 줄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방침은 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에서도 누차 주장해 왔던 산부인과의 자구책으로 병협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하고 “병협은 전공의로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사고를 버리고 훌륭한 전문의를 키울 생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겪고 있는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 미달사태와 개원가 불황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현재 병원당 전공의 선발인원 규정을 산부인과 전문의 보드를 취득한 스텝보다 2명 적은 ‘n-2’에서 ‘n-3’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강구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인원을 ‘n-3’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병원으로서는 기본적으로 전공의 인원을 줄일 수 있고, 같은 수의 전공의를 보유하려는 병원에는 스텝 수를 보충함에 따라 유휴 개원인력 채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어 학회내부에서 산부인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즉, 병원당 전공의 비율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전문의 비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의료의 질을 제고하고 동시에 현재 공급과잉에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수련병원 인력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개원가의 경영난을 해결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협의 고위 관계자는 “학회의 전공의 인원 감축 계획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며 “이 문제는 학회의 주장을 수용하기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혀 학회의 방침대로 조속한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산부인과가 직면한 총체적 난국에 대해 학회, 개원의협, 병협 등 관련단체들은 문제인식과 함께 다각적인 노력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산부인과학회는 일단 올해 안으로 ‘n-3’전공의 감축안에 대한 병협의 승인을 받겠다는 방침이지만, 시기도 불투명한데다 병협이 반대하더라도 매년 전공의 배정을 4.4%씩 줄이는 기존 방침과 함께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병협과 산부인과학회측의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