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8일 진료기록 블랙박스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가 5일 논평에서 국회 통과 소식을 환영하며, 추가로 진료기록 열람 또는 사본 발급 시한을 의료법에 규정할 것을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진료기록부는 의료소송 · 의료분쟁에 있어서 핵심 증거자료가 된다. 그러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 관계자나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추가 기재나 수정을 해도 의료사고 피해자 · 유족들이 이를 알 수 없다."라면서, 진료기록부 추가 기재나 수정 시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의료사고 피해자 · 유족이 열람 · 사본 발급을 요청했을 때 추가 기재했거나 수정한 진료기록부를 발급해 주지 않아도 병원 관계자나 의료인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환자단체는 "이러한 이유로 의료소송 · 의료분쟁이 예상되는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 관계자나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아닌 것처럼 속이거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허위기재나 수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진료기록부를 사후에 추가기재 · 수정한 경우 추가기재 · 수정 전후 원본 · 수정본 모두를 발급해 줘야 어떤 내용이 추가기재 · 수정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은 추가기재 · 수정 전 진료기록부 원본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 교부를 해주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이 의료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한 경우 그 재판 결과에 순순히 승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병원 관계자나 의료인에 의해 허위기재나 수정된 진료기록부를 기초로 잘못된 감정서가 작성되고, 이렇게 잘못된 감정서를 기초로 법원에서 판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6일과 1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 인재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인 등이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한 진료기록부 등에 추가기재 · 수정한 경우 진료기록부 등 원본과 추가기재 · 수정한 수정본을 함께 보존하도록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인재근 의원은 전자의무기록의 추가기재 · 수정 등 변경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기록자료를 의무적으로 작성 · 보존하는 내용도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했다.
그간 의료계는 "진료기록부에 추가기재 · 수정한 사항까지 보관하는 것은 의료인에게 행정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전자의무기록 역시 표준화된 모델과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로는 업무의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서 법률적 규제보다는 정책과 제도적 접근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에 반대해왔다.
환자단체는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허위기재 · 수정된 진료기록부를 기초로 부검하고 의료감정을 했다가 개원 이래 최초로 재부검과 재의료감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입법 발의의 계기가 된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인들에 대해 검찰이 기소처분하는 등 진료기록의 진실성 담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이어서 "이제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추가기재 · 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 · 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존 · 열람 · 사본교부 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진료기록부의 블랙박스화가 이루어지면 진료기록부가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될 것이고, 진료기록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높아질 것이고, 의료인과 환자 간 불신도 감소할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이 진료기록부 원본을 열람하거나 사본 교부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해 증거보전 신청을 하거나 형사고소를 해서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다.
추가로 진료기록의 열람 · 사본 발급 '시한'을 의료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의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환자는 진료기록의 열람 또는 사본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인 ·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만일 이를 거부하면 의료법 제63조 및 제90조에 의거해 시정명령을 받거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진료기록의 열람 또는 사본 발급 시한은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서 의료인 ·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의 종사자가 아무리 늦게 발급해 줘도 발급만 해주면 행정처분이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한 입법 보완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