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수년째 지속적으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의료기관에 기부하는 천사들이 올해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일 병원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대병원 동산의료원 단국대병원 전남대병원에 기부가 이어졌고,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됐다.
◆ 19년간 변함없는 나눔 실천하는 사장님’
지난 3월23일 ‘배정철 어도’의 배정철 대표가 서울대병원 함춘후원회에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 1억원을 전달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999년부터 19년간 이어져온 후원이다. 이번 1억 원을 포함하여 총 14억 1천 5백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한 일식집 ‘배정철 어도’를 운영하는 배정철 대표는, 서울대병원 김석화 교수로부터 안면기형 어린이들이 가정형편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사는 경우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 인연이 되어 나눔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손님 1인당 1~2천 원씩 모은 성금을 지금까지 후원하고 있다.
김석화 서울대병원 함춘후원회장은 “배정철 대표의 기부는, 질병의 고통에 신음 하는 환자들을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보듬어 주고 있다. 배 대표는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기부천사’이다.”라고 감사했다.
◆ 국제소롭티미스트 대구수성클럽·평화큰나무복지재단, 1천만원 전달
지난 3월21일 국제소롭티미스트 대구수성클럽과 평화큰나무복지재단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지원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두 기관은 각 5백만원씩 기탁했다.
동산의료원은 소아암 환우 치료비에 지원금을 보탤 예정이다.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은 “소아 환우들을 위한 따뜻한 사랑에 정말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인술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소중한 나눔 실천의 주인공 故김영숙 씨
지난 2월 말 고인이 된 김영숙 씨의 남편 김영섭 씨(60)가 단국대병원을 방문해 암환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전 아내의 뜻에 따라 기부금 1억 원을 병원 측에 전달했다.
단국대병원은 “남편 김 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아내가 난소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암환자들을 위해 돕고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고 전했다. 남편 김 씨는 ‘아내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이 치료받았던 단국대병원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특히 주치의였던 외과 박동국 교수에게 큰 감사함을 전했다.”고 밝혔다.
조종태 병원장은 “단국대병원을 믿고 거액의 기부금을 출연해 주셔서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기부자인 고인의 뜻에 따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의 진료와 재활에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전남대병원에 익명의 기부천사 500만원 기탁

전남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지난 3월16일 익명의 기부천사가 소아암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전남대학교병원에 500만원을 기탁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기부자에 대한 신상은 50대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으며, 지금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익명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직원이 바로 이름·주소·기부배경 등에 대해 물었고, 아무런 답이 없자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고 거듭 부탁했으나 조용히 떠나버렸다.
단지 기부자가 깔끔한 옷차림에 표정은 어두워보였다는 점으로 보아, ‘본인 또는 가족 중 누군가 투병 중이지 않나’하는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결국 전남대병원은 익명의 기부자 뜻에 감사를 표한 후 일단 기부금을 전남대학교병원 학마을봉사회에 전달하고, 추후에 취약계층의 소아암환자 돕기에 사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