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기저질환의 조절 미비 등으로 비용부담이 높은 심부전 질환의 유병률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국가의 의료재정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구체적인 심부전 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시 영둥포구 소재 콘래드호텔에서는 기존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부전연구회가 첫 대한심부전학회 창립 총회를 가지며 공식 학회로서의 첫 승격의 소식을 알렸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심부전 질환의 중대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의 심뇌혈관질환 정책 논의 과정에서의 심부전 관련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기 위해 연구회에서 학회로 한 단계 발돋움을 했다.
이날 충남의대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학회로서의 첫 국제 학술대회 자리에서 ‘국내 심부전 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재형 교수는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1.53%, 입원 시 평균 재원일수는 8일, 평균 입원비는 7,700,000원, 입원 중 사망률은 6.4%, 퇴원 후 90일 내 재입원율은 7.4%, 4년 내 사망률은 30%”라며 심부전 질환의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운을 뗐다.
이날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새 심부전 환자수가 20% 증가(94,000명 → 116,000명), 같은 기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는 약 60% 증가(약 473억 원 → 744억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성별 및 연령에 따른 심부전 유병률을 살펴보면, 49~59세 연령에서 남성은 1.2%, 여성은 0.9%이며, 60~79세 연령에서 남성은 5.2%, 여성은 5.8% 그리고 80세 이상 연령에서는 남성은 11.1%, 여성은 13.2%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14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1위가 암(28.6%), 2위가 심장질환(9.9%), 3위가 뇌혈관질환(9.1%)으로 심뇌혈관질환이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2~3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박재형 교수는 “순환기계 질환 진료비는 암 및 다른 질환군에 비해 높다”고 강조하며, 심뇌혈관질환의 증가가 암 못지않게 향후 국가의 의료비 부담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대한 질환임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걷기, 흡연, 에너지과잉섭취, 고위험음주 등 생활습관 연도별 추이와 나트륨 섭취, 비만, 그리고 소아청소년에서의 비만 등 심뇌혈관질환 기여인자들의 조절이 잘 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설명하며, 심부전 유병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열거했다.
또한 박 교수는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기저질환들의 증가와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저조하고, 특히 노령화는 급격하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분율이 13.1%로 2060년에는 40%대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노인진료비가 2014년 19조 원에서 2060년 최소 271조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재형 교수는 심부전 예측 유병률을 발표하며, 2015년 1.6%(810,658명)였던 유병률이 2040년 3.35%(1,717,319명)까지 증가하여 현재의 약 2배 정도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박재형 교수는 심부전 관리와 대책 마련의 정당성을 피력하며, 문제점으로 ▲일반인들의 심부전에 대한 인식 부족, ▲심부전 치료의 비용 증가(심부전 약제 및 기계 치료의 보험 미적용), ▲심장 재활프로그램 및 심부전 완화치료 지원 미비 등을 지적했다.
이날 박 교수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의 약 86%가 심부전 증상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 않았으며, 약 3%의 환자만이 심부전 증상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심부전이 국가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 만큼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전하며, 타 선진국들에서도 심부전 관리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개입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경우 2013년 심부전 선언문을 발표, 보건당국에 심부전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해 충분한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환자들에 대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촉구한 바 있으며, 호주 역시 2013년 심부전 성명을 발표하고 약 19개 권고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유럽 역시 2010년 5월을 최초로 하여 심부전 인식 제고를 위한 'HF Awareness Day'를 시작했으며, 매년 5월 회원국 자율로 캠페인을 실시, 회원국 중 심부전의 날 행사에 우수한 실적을 이룬 기관이나 프로에 수상을 하는 등 2015년에는 15개국이 참여하며 인지도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포그래피, 미디어 등을 활용하여 인지도 개선에 힘쓰고,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심부전 질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촉구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 5월 30일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심부전이 심뇌혈관질환의 종류로 추가 정의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 대책에서 심근경색, 심정지, 뇌졸중, 고혈압, 당뇨 등에 비해 심부전의 입지는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심부전학회(당시 심부전연구회)는 작년 국회토론회를 통해 국내 심부전 인지도와 임상 수준 개선에 따른 환자들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발제를 맡은 정욱진 가천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고령화시대에 정부 우선 최우선 과제로 심부전 우선순위 향상, ▲심부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지원과 관리, ▲국가등록사업 및 지역 연령별 코호트 사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 ▲질환 규명∙신약∙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연구 지원, ▲심부전 관리를 위한 권역심부전관리센터 지정 및 지원 등을 제언했다.
박재형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심부전은 현재에도 큰 임상적 문제로, 심부전의 기저질환들에 대한 적절한 조절이 되지 않고 있으며, 허혈성 심질환의 증가, 고령의 환자비율 증가 등으로 심부전 발생이 증가될 예정”이라며, “심부전 환자의 증가와 더불어 이에 들어가는 사회적 의료비용도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료인∙환자들의 협동으로 적절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